손흥민(30) 소속팀인 토트넘에서 부진하며 곧 내쳐질 ‘골칫덩어리’였던 두 2선 공격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돔벨레가 부진한 경기력과 불성실한 태도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완전히 등을 돌린 반면에 베르바인은 손흥민의 부상 공백 시점을 계기로 기적처럼 살아났다.
베르바인은 20일 영국 레스터 킹 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이머리그(EPL) 17라운드 레스터 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 막판 1분여 사이에 드라마틱한 2골을 터트리며 팀 역사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꼽힐만한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영국 언론은 일제히 ‘79초의 기적’이라며 대서특필했다. 토트넘은 11승 3무 5패(승점 36)로 리그 5위에 올라섰다. 베르바인 덕에 콘테 감독은 토트넘 취임 후 정규리그 9경기 무패(6승 3무)를 이어갔다. 베르바인 축구 인생에서 대전환 터닝 포인트가 될만한 경기였다.
2020년 1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약 2700만 파운드(약 439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에 이적한 베르바인은 측면과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두루 소화하며 손흥민-해리 케인 조합의 파괴력에 힘을 더할 자원으로 기대를 받았었다. 이적하자마자 데뷔전인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EPL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부상 등으로 이후 오랜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2020~2021시즌에는 리그 21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쳤고, 이번 시즌에는 이날 전까지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콘테 감독 체제에서도 루카스 모우라에 밀려 리그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1월 이적 시장에서 세비야(스페인)와 유스 시절 친정팀인 아약스(네덜란드)로 임대 혹은 완전 이적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등 개편 대상 1순위로 꼽혔다.
베르바인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지난해 12월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 8강 1차전에서 손흥민과 후반 15분 교체돼 1골 1도움으로 극적으로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공백 시점에 기막힌 인생 반전 극장골을 기록한 것이다. 콘테 감독은 “난 이전에도 명확했다. 창의적인 선수가 많지 않은 우리팀 특성상 베르바인은 중요한 선수다. 1대1에 능한 베르바인은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 교체로 들어와도 경기를 바꿀 수 있다”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베르바인은 완전히 달라진 입지에 일단 손흥민이 복귀하는 2월까지는 케인과 모우라 투톱 주변에서 중요한 공격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도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베르바인이 중계 화면에 잡힌 사진을 올리며 ‘My boy!!!!!!’라는 글을 올리고 축하 하트를 남겼다. 베르바인은 토트넘에 입단할 때 손흥민과 뛰고 싶고, 자신의 ‘롤 모델’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영국 ‘미러’와의 인터뷰에서는 “손흥민이 어떻게 상대를 이기기 위해 뛰는지 알고 있다. 나도 손흥민을 보고 잘 알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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