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류현진(35·토론토)과 제주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 일대에서 약 보름간의 개인훈련을 함께 했던 장민재(32)의 목소리는 밝았다. 단순히 ‘밝았다’기보다 목소리 곳곳에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그도 그럴게 미국에서도 장민재의 등판경기만큼은 꼬박꼬박 챙겨봤기에 그가 공 던지는 모습만 봐도 몸 상태를 알아챈다는 류현진으로부터 ‘확실히 좋아졌다’는 칭찬을 받아서다.
장민재는 “지난해 훈련 때는 몸이 찜찜했는데 현진이 형한테 잔소리를 들었다. 안 좋아 보이니까 걱정이 됐던 거 같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시즌 별로 좋지 못했다. 이번에는 ‘개운하다’고 느낄 정도로 몸이 좋았는데 빈말 잘 못하는 현진이 형이 칭찬을 다 해주더라. 지난해 후반부터 몸이 올라왔고 성적도 좋았는데 지금도 좋다”고 말했다.
장민재가 류현진과 함께 비 시즌을 난 건 이번이 7번째다. 병역을 마친 2015년 말, 류현진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은 후부터다.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훈련을 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는 제주도로 무대를 옮겼다.
더 이상 배울 게 없어 보이겠지만 장민재는 매번 유익하다고 ‘엄지척’을 한다. 장민재는 “공 던지고,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 사이에 밴드 등을 활용한 스트레칭, 공 던진 후 보강운동,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가서는 코어운동, 그리고 어깨 팔꿈치 보강운동 등 수도 셀 수 없는 세부적인 운동들을 했다. 오전 10시에 훈련을 시작했는데, 끝나면 오후 4시 반, 5시가 넘는다. 땀 흘리는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나 이번 캠프에서는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MLB무대에서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팔색조 투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던 류현진처럼 한층 노련해질 장민재의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번 류현진 캠프는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MLB에서 활약해온 김광현(34·자유계약선수)도 같은 시기 이곳에 개인훈련 캠프를 차렸는데, 김광현 캠프에 정우람(37), 임준섭(33), 김이환(22), 김기중(20·이상 한화) 등 ‘한화맨’들이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의 경우 SK(현 SSG)시절 친했던 정우람에게 이번 훈련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는데, 지금은 한화맨인 정우람이 평소 눈여겨봐온 팀 후배들을 합류시켰다. 류현진 캠프의 장민재, 김기탁(24)을 포함하면 총 9명 중 6명이 한화 소속이었다.
장민재도 “그냥 진짜 ‘한화캠프’였다. 그래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현진이형, 광현이형도 경쟁이라도 하듯 자상하고 꼼꼼하게 어린 동생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고 말했다. “저한테는 안 그랬었는데…”라는 말도 덧붙였다.
2주 간의 류현진 캠프를 마친 장민재는 21일 한화의 안방이 있는 대전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22일부터 형님의 가르침을 홀로 복습하고 있다. 한화의 스프링캠프는 다음달 1일 경남 거제에서 시작한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는 대로 거제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2시즌을 향한 본격적으로 담금질에 돌입하는 셈이다.
한화에서 선발, 구원을 가리지 않고 꿋꿋하게 마운드에 오른 ‘마당쇠’ 장민재는 지난해 2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숫자는 데뷔 이래 가장 좋았지만 마당쇠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12경기, 29와 3분의 1이닝만 던지고 거둔 성적표다. ‘0승’도 전역 후 복귀해 4경기만 소화했던 2015년 이후 개인통산 두 번째였다.
장민재는 다시 한 번 “잘 해야지요”라고 했다. 지난해 든든한 외국인 원투펀치(킹험, 카펜터), 토종선발(김민우)을 확보하는 소득을 얻었지만 최하위 탈출을 위해 한화는 더 많은 ‘인재’들이 나와야 한다. ‘류현진의 오른팔’인 그가 이제 한화 마운드의 든든한 오른팔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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