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D―10]올림픽 4연속 출전하는 정동현
국내선 불모지 다름없는 종목… 겨울亞경기 연속 제패 독보적
“좋은 후배 나오게 꼭 좋은 성적”
“성적을 내다 보면 관심도 많아질 거고 유망주들이 늘다 보면 확률상 좋은 선수도 나올 거예요. 일단 제가 잘하겠습니다(웃음).”
한국 남자 알파인 스키의 간판 정동현(34·하이원리조트·사진)은 10여 일 전 강원 평창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 이은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한 번만 출전해도 영광인 올림픽에 네 번 나가게 됐다. 영광 중의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주 종목은 회전과 대회전이다. 눈 위에서 시속 40km에서 최고 80km까지의 속도로 지그재그 형태로 코스에 마련된 깃발을 통과하며 속도와 함께 기술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목이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2017년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2연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경험이 있기에 이제는 모든 선수의 꿈인 올림픽을 목표로 고군분투해왔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는 부상으로 눈물을 삼켰다. 먼저 열린 대회전 경기 도중 오른 무릎인대 부상을 입어 실격을 당했다. 주 종목인 회전에 진통제를 맞고 출전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결과는 27위. 부상만 없었다면 허승욱(50)이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세운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 역대 최고 성적(21위)도 넘어볼 만했다.
한국과 가까워 시차가 거의 없는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 사상 최초의 ‘톱 10’이다. 2017년 1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순위인 14위에 오른 경험이 있어 마냥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어느덧 노장의 반열로 올라서고 있는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동호인들은 많지만 엘리트 선수층이 얇아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스키 종목에서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야 훈련 환경도 좋아지고 뛰어난 후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선발전을 위해 오스트리아 등 유럽 등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다 귀국한 그는 국내에서 훈련한 뒤 다음 달 3일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지난해까지는 FIS 랭킹 포인트 1위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부여했지만 올해부터 규정이 바뀌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 중 1위(회전종목 포인트 14.87·세계 58위)인 정동현도 선발전을 위해 급히 귀국해야 했다.
그는 “선발전을 위해 입국하고 자가격리를 하면서 국제대회 3개 정도를 뛸 기회를 날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때인데 아쉬웠다”며 “하지만 마냥 아쉬워할 수만은 없다. 실전에 치중하느라 다소 소홀했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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