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00% 인공 눈’ 올림픽, 환경변화의 역습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26일 10시 32분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인공 눈에 100% 의존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 모두 눈이 부족하고 기후 역시 동계 스포츠를 열기에 온화하다. 그러나 인공 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선수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의 스포츠 생태그룹과 영국 기후보호단체인 ‘프로텍트 아워 윈터스 UK’는 26일(한국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강수량 부족과 눈을 유지하기에 너무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인공 얼음과 인공 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과 양칭은 지난 30년 동안 2월의 평균기온이 거의 영상을 기록했으며 장자커우 지역만이 2월 평균 하루 최고 기온이 영하 2.7도였다. 이 때문에 인공 눈과 인공 얼음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조건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이번 대회에서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무려 2억 220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장충체육관을 3번 정도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물이 부족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또 중국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며 환경 친화 대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물을 엄청나게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녹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화학 물질이나 생물학적 첨가제를 추가해야 한다.

이렇게 처리된 눈은 녹으면서 물이 될 때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선수들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공 눈과 인공 얼음 모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표면이 더 단단해지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에 출전한 로라 도날드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제설기로 슈퍼 파이프를 만들게 되면 벽과 바닥 모두 단단한 얼음이 되고 이는 부상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눈 뿐만 아니라 얼음도 마찬가지다. 녹았다가 인공적으로 다시 얼린 얼음은 빙질이 고르지 않아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캐나다 봅슬레이 선수 출신인 세이 스미스는 미국 야후 스포츠를 통해 “나쁜 빙질은 뇌진탕 가능성을 높인다.

썰매 진동으로 인해 뇌진탕 충격이 누적된다”며 “주변이 추울수록 매끄러운 얼음이 만들어지는데 한번 녹았다가 차가워지면 빙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머리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비단 베이징 대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주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가 발간한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차츰 동계올림픽을 열기에 적합한 장소가 줄어들고 있으며 21세기말이 되면 역대 개최지 가운데 일본 삿포로만이 자연 눈과 얼음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보고서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균 기온이 0.4도였는데 1960년부터 1990년대에 3.1도로 오르더니 베이징은 6.3도나 돼 인공 눈과 인공 얼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동계올림픽 개최장소도 점점 변하고 있다.

원래 대부분 종목이 야외에서 펼쳐졌지만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끝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모두 실내에서 치러지게 됐고 아이스하키 종목 역시 1964년부터 실내에서 진행됐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쩌면 스키 종목도 미래에는 실내 돔에서 치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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