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최종예선 여정 중 최초로 ‘유관중 원정’에 나선다. 모처럼 겪게 될 상대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잘 이겨내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
벤투호는 27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4승2무(승점 14) 무패로 A조 2위를 달리고 있다. 4경기를 남겨둔 상황서 조 3위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1승3무2패·승점 8)과의 승점 차이가 8점이다.
이번 레바논 원정에서 승리하고 뒤이어 열리는 경기에서 UAE가 시리아에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은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어지는 본선 연속 출전 기록을 10회로 늘릴 수 있다.
홈팀 레바논은 한국전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으로 유관중 개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무관중 원정 경기만 치렀던 한국은 최종예선 돌입 후 처음으로 상대 홈팬들과 마주하게 됐다.
한국은 1·2·3차전을 치르는 동안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를 연달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4차전에선 ‘원정 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란 원정을 떠났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 아자디 팬들의 악명 높은 함성과 야유를 피할 수 있었다.
이어 안방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상대로 5차전을 가진 벤투호는 이라크 원정으로 열렸어야 할 6차전을 이라크의 불안한 정세 탓에 카타르 도하에서 중립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UAE와의 홈경기 당시 고양 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한국 선수들이 더욱 힘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원정 경기마다 운이 좋았던 측면도 분명 있다.
심지어 터키에서 치렀던 아이슬란드, 몰도바와의 친선 경기도 중립지인데다 무관중으로 열려 관중석의 분위기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레바논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고, 한국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을 레바논 팬들이 90분 동안 함께한다.
레바논은 최근 극심한 경제 붕괴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어, 축구를 통해 다시 뭉치고 힘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입장 관중 전원에게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열광적 응원을 펼칠 수도 있다.
레바논축구협회의 직원 나세드 칼레드 씨는 “변수가 많지만 약 5000명에서 6000명 정도의 레바논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 많은 레바논 팬들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베이루트와 시돈 간 셔틀버스도 마련했다”면서 첫 유관중 홈경기를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편 레바논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 팬들도 경기장을 찾는다.
레바논 한인회의 김성국 씨는 “레바논 여러 지역에서 한인들이 벤투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대절버스로 이동하는 49명과 자차로 이동하는 9명을 합쳐 총 58명의 한인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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