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소년’ 차준환(21·고려대)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톱10 진입은 물론 메달까지 넘보고 있다. 차준환은 3일 올림픽이 열리는 결전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8일부터 시작되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위해 곧바로 빙질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 한국 남자 피겨에서 최초를 써오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에서 ‘최초의 사나이’로 불린다. 한국 피겨는 ‘피겨 여왕’ 김연아(32) 이후 ‘연아 키즈’가 속속 등장했다. 연아 키즈가 세계무대에서 선전했지만 남자 선수들은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달랐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로 톱10 진입(10위)에도 성공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나서 15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도 땄다.
차준환은 어린 시절 초코파이 등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집 근처 아이스링크에서 피겨 특강을 듣게 되면서부터 피겨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연기 활동을 위해 무용, 음악 등 다양한 활동도 접했다. 덕분에 남자 선수 특유의 힘과 여성 선수의 장점인 섬세한 연기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준환은 베이징 땅을 밟기까지 숱한 고비를 넘었다. 특히 평창 올림픽 이전부터 겪어오던 고관절 부상이 그를 계속 괴롭혔다. 충분히 휴식해야 하지만 하루 10시간 넘게 훈련에 매달리는 그에게 휴식은 사치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뒤 그는 “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로 대회 두 달 전부터 진통제로 버텨왔다”고 말했다. 그의 소속사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이젠 만성적인 통증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물리 치료와 약물 치료는 꾸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큰 고비였다.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 함께 캐나다에서 훈련을 하지 못해 국내에서 홀로 훈련해왔다.
○ 올림픽 톱10 넘어 메달까지 넘보다
차준환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톱10 진입을 꿈꾸고 있다.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총점 273.22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달성했다. 그의 최고점은 이번 시즌 ISU 국제대회를 기준으로 8위에 해당한다.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와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가 주특기다. 기본 점수가 각각 9.7점, 9.5점으로 난도가 높다. 4대륙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3차례 시도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뛰어 3.72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에서 3.8점이 감점됐고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지 못했다. 만약 올림픽에서 이 점프들을 실수 없이 뛰고 4점이 넘는 가산점을 모두 받는다면 5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안소영 ISU 심판은 “차준환의 쿼드러플 점프는 높이와 비거리가 좋아 실수하지 않고 성공만 한다면 가산점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베이징 올림픽이 나에게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평창 때보다 더 후회 없는 경기, 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전 평창에서 시상대가 아닌 관중석에서 메달 시상식을 바라봤던 그는 또 한번 최초를 쓸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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