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14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회식과 이어진다. 바로 중화민족주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중국몽’이다.
2008년에 중국은 개회식을 통해 강한 중국 부활의 메시지와 함께 56개 민족 화합을 강조했다. 당시 개회식에서는 과거 중국 왕조의 번영과 중국의 성과, 밝은 미래를 표현했다. 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만들어진 ‘조국을 노래하자’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중국 56개 민족 어린이들이 중국 국기를 가지고 나왔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는 시 주석이 특별히 강조해 온 슬로건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과시하는 공연이 포함됐다. 중국 한족과 55개 소수민족 참가자들이 두 줄로 늘어서 붉은색 대형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했다. 신장 위구르족, 티베트족 대표도 포함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신장 위구르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이번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소수민족을 동원한 개회식 퍼포먼스는 시 주석의 슬로건을 선전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전면에서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성홍기 퍼포먼스 내내 중국 어린이가 트럼펫으로 연주한 곡은 ‘나와 나의 조국’. 이는 건국 70주년이었던 2019년부터 중국 정부가 애국주의 고취를 위해 전 국민적으로 선전했던 곡이다. 시 주석이 소개될 땐 공연 참가자들과 관중이 두 팔을 들어 약 1분간 환호성을 보냈다.
퍼포먼스에 등장한 눈송이는 인류화합을 상징한다. 이백의 시 북풍행(北風行)의 한 구절인 ‘연산의 눈송이가 방석만큼 크다(燕山雪花大如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개회식 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밝혔다. 여러 작은 눈송이들은 ‘어떤 눈송이도 닮지 않았다’는 서양 속담에서 착안해 “세계에 어떤 눈송이도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은 눈송이는 큰 눈송이로 형상화됐다.
중국 영화계의 대부인 장 감독은 과거 ‘붉은 수수밭’ ‘홍등’ 등 중국 빈곤과 정부의 실정을 다룬 영화로 중국 공안의 탄압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영웅’ 등 국가권력, 민족주의에 대한 신뢰를 담은 영화를 발표했고, 2008년 여름올림픽 연출도 맡았다. 장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모두 연출한 감독이 됐다. 장 감독은 최근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중국이) 신시대에 진입한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큰 목소리로 세계에 중국의 이야기를 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신시대’는 시 주석 집권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개회식에는 2008년 1만50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동원했던 것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대폭 줄어든 3000여 명만 무대에 올랐다. 전문 연기자나 무용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허베이성과 베이징에 거주하는 일반인이 출연했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초대형 고화질(HD) 발광다이오드(LED) 등 중국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연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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