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중국팀 코치로 혼성계주 우승 기여
토리노-소치 3관왕, 한-러 “영웅”
중국 “김선태 감독만큼 일등공신”
빅토르 안(Viktor Ahn)으로 불렸던 남자는 이제 안셴주(安賢洙)로 불린다. 원래 이름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안현수(37)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술코치인 빅토르 안은 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2000m 혼성 계주에서 중국 대표팀이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자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이어 허공을 바라보다 눈시울을 붉히는 등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코치이자 전설적인 스타인 빅토르 안은 중국이 첫 번째 금메달을 획득하자 흥분한 모습으로 소리치며 뛰었다”며 “한국의 스타였던 그가 러시아로 귀화한 뒤 중국을 지도하고 있다. 금빛 영웅들의 삶은 소설보다 더 짜릿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김선태 중국 대표팀 감독과 함께 빅토르 안을 금메달의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일약 중국의 영웅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영웅으로 불렸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단 뒤 4년 뒤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당시 쇼트트랙 선수들은 누구나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그를 동경했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승선에 실패했다. 이후 대표 선발전에서 거푸 탈락했고 소속팀마저 해체되자 갈 곳을 잃었다.
2011년 그에게 러시아가 손을 내밀었다. 고민 끝에 어렵게 러시아 국적을 택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러시아의 영웅’이 됐다. 옛 조국에서 열린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출전을 원했지만 도핑 의혹에 연루되며 올림픽행은 무산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그는 새 조국 러시아에도 금메달 3개를 선사했다. 그리고 비록 선수로 뛴 것은 아니지만 코치로 중국에도 금메달을 안겼다. 세 나라에서 ‘영웅’으로 불린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적과 중국행 논란에도 꿋꿋하게 말해 왔다. “난 쇼트트랙을 하고 싶을 뿐이다.” 정말 소설보다 짜릿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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