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국내 여론 부글부글… 李 “축제를 문화공정에 써선 안돼”
尹 “고구려-발해는 대한민국 역사”, 정부 “中에 ‘한국문화 존중’ 전달”
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 행사에 한복 차림 여성(사진)을 출연시켜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가 중국 측에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공식 항의’는 하지 않아 일각에선 “저자세 외교”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측은 55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 흰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었고, 긴 머리끝에 댕기를 묶어 영락없는 한복 차림이었다. 이 여성은 다른 소수민족과 함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식전 행사에선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문화로 상모를 돌리고 윷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소개돼 한국 문화가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로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한복을 입은 조선족이 등장해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국내 여론은 중국의 이러한 행태에 더 민감한 분위기다. 중국에서 한복뿐 아니라 김치, 갓 등까지 중국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란 주장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비판이 거세지자 외교부는 6일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에 이번 사안을 콕 집어 공식 항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외교 관계나 경제적 실익 등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6일 현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리잔수(栗戰書) 상무위원장과의 오찬을 갖고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란과 우려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제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리 위원장은 해당 문제를 관계 부처에 전달하고 한국 측 관심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발언을 했다”고만 했다.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 차림으로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외교적 항의 계획과 관련해 “그럴 필요성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후보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에 중국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다. 남의 것이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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