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스노보드서 설상 종목 첫金 도전
기량 물올라 외신도 金후보 꼽아… “내 경기에 집중, 라이벌 넘겠다”
하얀 설상으로 무거운 스노보드가 지나가고 남는 건 ‘성적’뿐이다. 언덕 위로 인공 눈이 흩날리면 선수가 새겨놓은 길은 금세 사라진다. 3일 중국에 입국한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사진)도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예상 성적을 묻자 그는 “그동안 성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호가 8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 P&X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32명의 출전 선수와 예선 경쟁을 펼친 뒤 8강부터 토너먼트 형식으로 결선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상호는 이번 올림픽 이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개막 전 AP통신은 한국 선수단을 소개하며 쇼트트랙 외에 금메달이 유력한 유일한 선수로 이상호를 꼽았다. 그는 올림픽 직전까지 열린 이번 시즌 일곱 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포함해 종합 1위(434점)를 기록했을 정도로 기량이 절정이다.
이번 시즌 시작 전만 해도 이상호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19∼2020시즌 어깨 부상을 당했다. 수술 뒤 출전한 지난 시즌에서도 종합 랭킹 27위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스위스에서 한 달간 고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이상호가 처음 희망을 엿본 건 지난해 12월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시즌 첫 월드컵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스노보드 월드컵 금메달(1분12초82)을 손에 쥐었다. 이상호는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시즌 시작하자마자 우승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노력하며 지나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라이벌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는 이상호가 9위에 그쳤던 올림픽 직전 마지막(7차)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이상호는 “바우마이스터는 대회마다 가장 많이 의식하게 되는 선수”라면서도 “지금 몸 상태나 장비 등 모든 준비가 잘돼 있다. 내 경기에 집중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 정선군 사북 출신인 이상호는 초등학교 때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즌 ‘월드컵 우승’을 일군 이상호는 장자커우 설상에 ‘올림픽 금메달’을 새길 자신감이 있다. 그가 지나온 길이 한국 설상 종목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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