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비디오판독 따라 순위 바뀐 경우 7일까지 39경기 중 13경기나 돼
“축구는 골-노골 판정 기다리지만 쇼트트랙은 아예 승부를 결정해”
쇼트트랙 경기 비디오 판독(VAR)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깜깜이’ 승부로 만들고 있다.
쇼트트랙은 5일 경기의 21.7%(23경기 중 5경기), 7일 경기의 절반(16경기 중 8경기)이 비디오 판독으로 최종 결과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나온 금메달 3개(혼성계주, 여자 500m, 남자 1000m) 중 비디오 판독 없이 결과가 나온 건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우승한 여자 500m뿐이었다. 혼란이 이어지자 미국 CBS스포츠 축구전문기자 마이크 굿맨은 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쇼트트랙은 비디오 판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라고 비꼬았다.
쇼트트랙에서 비디오 판독이 시작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로 당시에는 항의가 있을 때만 판독이 이루어졌다. 이후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공식 도입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혼성계주 결선에서 비디오 판독 뒤 미국과 중국의 희비가 뒤바뀌게 된 것을 사례로 들며 “공식 결과가 뜨기 전까지 경기장에서 경기 결과를 아는 사람은 심판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나 유럽 축구 팬들에게나 익숙할 법한 일”이라며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심판 콜을 위해 도입된 비디오 판독은 풋볼에서 ‘캐치(상대방을 잡는 반칙)였는지 아닌지’, 축구에서는 ‘1분 전 골이 골인지 노골인지’를 결정하지만 쇼트트랙에서는 ‘누가 승자인지’까지 결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비디오 판독을 하나의 ‘리스크(위기)’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여자 500m 은메달리스트 네덜란드 쉬자너 스휠팅(25)은 6일 자신의 SNS에 ‘쇼트트랙에는 3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코로나에 걸리지 말 것, 둘째 넘어지지 말 것, 마지막으로 페널티를 받지 말 것’이라고 올렸다.
최근 대부분의 큰 국제대회 결과는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내용을 샅샅이 확인한 뒤 결정되는 일이 흔하다. 쇼트트랙의 경우 가장 많은 실격 사유는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신체 접촉이다. 두 선수가 같은 속도로 코너 구간에 진입할 때 라인 가까이에 있는 선수가 바깥 라인으로 추월을 시도하는 선수를 방해하는 움직임을 보여도 실격이 된다. 하지만 시속 5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며 자리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규정 위반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는 관중과 신중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심판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커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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