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이 열린 서우두 실내경기장. 50대 중국 기자와 자연스럽게 말을 섞었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선 취재진도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고 승부가 가려지면 서로 덕담을 건넨다. 평창 대회 로고가 박힌 털모자를 가방에서 꺼내 보인 중국 기자는 기자와 자연스럽게 관전평을 나눴다.
판정논란을 낳은 남자 1000m 준결선 때였다. 황대헌이 기회를 노리다 중국 선수 둘을 한꺼번에 제치자 중국 기자는 “(1000m) 세계기록을 세운 선수 아니냐.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기자도 “4년 전보다 노련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황대헌은 여유롭게 1위로 골인했다. 비디오판정 후 황대헌의 실격이라는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왔다. 중국 기자가 극찬한 그 장면이 심판이 설명한 실격 이유였다. 잠시 중국 관중들의 정적이 흐른 순간 외국 선수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중국 기자도 혼자 “아이고!”라고 탄식했고, 이준서까지 실격을 당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선 명단에 3명의 중국 선수와 2명의 헝가리 선수가 있었다. 헝가리의 류 사오린 샨도르, 사오앙 형제는 중국계 혼혈이다. 이 상황을 본 중국 기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선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또 실격 판정을 받았고 결국 금, 은메달이 중국 선수에게 돌아갔다.
중국 선수들의 포효와 관중들의 환호가 이어지던 순간 중국 기자는 “미안합니다(不好意思)”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중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사과 표현이라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중년 기자의 얼굴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나온 21개의 실격 판정이 공교롭게도 쇼트트랙 강국 한국(2개)과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이상 3개)에 집중됐다. 중국은 단 1개의 실격 판정을 받았고, 결국 3종목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느 대회에서나 홈 어드밴티지는 있을 수 있다. 애매한 상황이라면 홈팀에 어드밴티지를 준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나면 ‘개최국 텃세 판정’이 된다. 베이징 현장에선 중국 기자까지도 상식적이지 못한 판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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