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9·강원도청)은 9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전날 김민석(23·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대표팀에 첫 메달(남자 1500m 동메달)을 안겨준 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 분위기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날 김보름, 이승훈(34·IHQ) 등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5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스케이팅 훈련을 진행했다. 스케이팅 후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선수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들 가운데 김민석은 없었지만 전날 그가 남긴 메달의 기운이 훈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쇼트트랙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정신력에 큰 영향은 없었다. 김보름은 “숙소에서 경기를 시청했는데 모두들 분노했다. 그래서 민석이가 어제 ‘분노의 질주’를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괜찮다. 입국 후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고 생각한 대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팀 분위기를 책임지는 ‘맏형’ 이승훈의 역할도 크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겨울스포츠 선수 최다(6개) 올림픽 메달 획득 기록에 도전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올림픽은 ‘내가 어떻게 해야지’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 못했으니 내가 해내야 한다’고 부담을 갖는 순간 리스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날 김민석이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못 딴 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물론 큰 경기를 앞두고 아무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김보름은 “19일 출전하는 매스스타트 종목은 쇼트트랙 규정을 적용받고 다른 선수들과 부딪힐 일도 많다”며 “매스스타트에서 쇼트트랙처럼 실격을 많이 받는 경우는 못봤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최대한 몸싸움은 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다음 주자는 12일 남자 500m의 차민규(29·의정부시청)와 김준호(27·강원도청)다. 이승훈은 팀 추월(15일)과 매스스타트(19일) 두 종목에,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한 종목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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