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편파판정 논란 中 강경 입장에 하루 지나 입장문 없이 짧은 반응
“대사관 명의 입장문은 외교결례”… 비판 이어져도 외교부는 대응 자제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정부가 오히려 이에 더 불을 지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일 입장문을 내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불만을 회피하며 방관하고 있다는 것. 사흘 연속 ‘주재국 대사관’ 명의로 공개 입장문을 낸 중국 정부를 향해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우리 외교부는 전날 주한 중국대사관이 낸 입장문과 관련해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를 존중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짧은 반응만 내놨다.
이날 외교부 공식 코멘트는 전날 중국대사관이 국내 정치인과 언론 등을 겨냥해 “반중 정서를 부추겼다”고 지적한 뒤 17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중국의 입장문 공개 이후 “우리도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지만 즉각 반응을 내놓지 못한 채 다음 날 짧은 코멘트만 한 것이다.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을 우려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중국대사관의 강력한 항의에도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결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하고 있는데도 중국대사관은 8, 9일 중국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입장문을 내며 갈등을 증폭시킨 데 이어, 10일에는 돌연 황대헌 선수의 전날 쇼트트랙 남자 1500m 우승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중국대사관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진심 어린 축하의 뜻을 전한다”면서 “황대헌 선수의 활약에 대해 중국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중한 양국 국민의 참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 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는 평가를 했다. 중국이 이렇게 주재국 대사관 명의로 계속 자국 입장을 밝히는 게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재국과의 우호 증진이 제1임무인 대사관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것. 외교 소식통은 “주재국을 존중한다면 본국의 외교부도 아닌 주재국 대사관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입장을 남발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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