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세 번째 메달을 안겼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보다 0.052초로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한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앞선 혼성 계주 2000m와 여자 500m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최민정은 이번 은메달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4년 전 평창에서 1500m와 3000m 여자 계주 2관왕을 차지했던 최민정은 이로써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최민정은 여자 3000m 계주(13일)와 주 종목인 1500m(16일)에서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날 스휠팅과 결승선을 앞두고 한치 앞도 모르는 승부를 펼친 최민정은 한국 코치들이 있는 곳으로 가 고개를 떨구고 펑펑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였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에이스’로 각광받았지만 올림픽 이후 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1000m에서 심석희(25)와 부딪혀 넘어지며 고배를 마셨는데, 지난해 심석희와 코치가 당시 주고받았던 문자를 통해 고의충돌 의혹이 불거지며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생가하지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최민정을 비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심석희는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그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심신을 추슬러 출격한 10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했다. 1차 대회 도중 귀국해 치료를 받았고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도, 동료의 비방도 그를 막지는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날 결선까지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준결선에서는 2조에서 아리아나 폰타나(32·이탈리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은 2개 조 2위 이내 선수(총 4명) 외에 3위 선수 중 기록이 좋은 선수 1명이 오른다. 1조 3위였던 이유빈(21·연세대·1분28초170)보다 기록(1분26초850)이 앞서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레이스 초반 네 번째 주자로 기회를 노리던 최민정은 레이스 후반 아웃코스로 한바퀴 가까이 돌며 2위로 올라선 뒤 스휠팅(1분28초391)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0.052초 차’ 간발의 2위(1분28초443)였다. 동메달은 벨기에의 히너 데스머트(26)에게 돌아갔다. 이날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최민정은 올림픽에서 세 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을 목에 걸었다.
간이 시상식에서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잠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는 “힘들게 지냈는데 메달을 따서 좋았다.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조금 아쉬운 부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나도 왜 눈물이 많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남자 500m 예선에서는 황대헌(23·강원도청)이 6조 2위로 준준결선에 올랐다. 이준서(22·스포츠토토)는 실격판정을 받았다. 곽윤기(33·고양시청), 김동욱(30·스포츠토토), 이준서, 황대헌으로 구성된 나선 남자 계주(5000m)는 준결선 2조에서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16일 열린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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