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앞세워 허찌른 작전…女계주 ‘역대 최약체’ 우려 씻고 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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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中 제치고 은메달
네덜란드에 막혀 올림픽 3연패 실패

태극기 들고 활짝 한국의 최민정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왼쪽부터)이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 선수들 뒤로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오성홍기가 보인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태극기 들고 활짝 한국의 최민정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왼쪽부터)이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 선수들 뒤로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오성홍기가 보인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따낸 전체 5번째 메달이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순서로 경주에 나선 한국은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선에서 4분3초627로 올림픽 기록(4분3초409)을 새로 쓴 네덜란드에 0.218초 뒤져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2006 토리노 대회 때까지 이 종목 4연패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한 번 더 올림픽 3연패를 노렸지만 시즌 랭킹 1위 네덜란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편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차지했던 차민규의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이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심석희 빠지고 ‘핵심’ 김지유 부상… 월드컵대회서 모두 최하위 그쳐
첫 주자 김아랑 한바퀴만 돌고, 에이스 최민정이 두바퀴 반
막판 두바퀴 남기고 2위 올라… 계주 3연패 못이뤘지만 ‘값진 銀’

막판 中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최민정 한국의 최민정(왼쪽)이 13일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결선에서 네덜란드의 쉬자너 스휠팅(오른쪽 앞)에 이어 두 번째로 마지막 코너를 돌고 있다. 최민정은
 결국 스휠팅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막판 中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최민정 한국의 최민정(왼쪽)이 13일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결선에서 네덜란드의 쉬자너 스휠팅(오른쪽 앞)에 이어 두 번째로 마지막 코너를 돌고 있다. 최민정은 결국 스휠팅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3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은 겨울올림픽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속, 2014 소치 대회부터 4년 전 평창 대회까지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던 팀이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레이스 도중 이유빈(21·연세대)이 넘어졌음에도 최민정(24·성남시청)이 침착하게 따라가 손을 터치한 뒤 경쟁자들을 역전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다시 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금메달을 합작한 멤버 중 최민정,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이 이번 올림픽에도 나서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썼다. 최민정과 함께 평창 대회 당시 원투펀치로 활약한 심석희가 전력에서 빠졌다. 심석희가 평창 대회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1000m에서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동료들을 비하한 사실 등이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설상가상 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한 김지유(23)가 올림픽을 준비하던 도중 부상으로 낙마해 최민정의 부담을 나눌 ‘투 펀치’가 없었다.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한 번도 3000m 계주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3위, 2차 대회에서 2위, 3, 4차 대회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특히나 부상을 털고 최민정이 합류했음에도 3, 4차 대회에서 반등은 없었다. 여자 대표팀을 향한 관심사는 올림픽 3연패보다는 내우외환을 겪은 팀의 ‘내부 분위기’였다.

9일 열린 여자 계주 3000m 준결선 2조에 나선 한국은 ‘턱걸이’로 결선에 올랐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세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최민정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지 못했다면 결선 무대에 못 설 뻔했을 정도로 경기력 자체는 좋지 않았다. 준결선 기록(4분5초904)도 결선에 오른 네 팀 중 꼴찌였다.

하지만 최민정의 표현대로 ‘쇼트트랙은 기록보다 상대적 경기’다. 결선에서 첫 주자인 김아랑이 한 바퀴만 돌고 이를 이어받은 최민정이 두 바퀴 반을 달리는 등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변칙작전을 구사한 한국은 4위에서 더 높은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선 한국은 최민정이 2바퀴를 남기고 앞 주자를 제친 뒤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4분3초627).

월드컵 2∼4차 대회에서 3연속 우승하며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이어받은 네덜란드가 4분3초409의 새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으로서는 최약체라는 오명 속에 거둘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결과였다. 이틀 전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울었던 최민정은 이날 비로소 활짝 웃었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가 올림픽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 기세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 후회는 없다. 팀원들을 비롯해 시간을 내서 훈련을 도와준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자 500m 메달 사냥에 나섰던 황대헌(23·한국체대 졸업 예정)은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준결선 2조 주자로 나선 황대헌은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도중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베이징올림픽#최민정#여자계주#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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