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의 양보 있었기에…美 잭슨, 첫 흑인 금메달 역사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4일 11시 31분


코멘트
브리타니 보(34)의 양보가 있었기에 에린 잭슨(20·이상 미국)이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잭슨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04를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메달이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흑인 여성이 메달을 딴 것은 잭슨이 최초다.

잭슨의 금메달 획득 뒤에는 보의 희생이 있었다.

당초 잭슨은 지난 1월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500m 3위에 머물러 2장 걸려있던 출전권을 따는데 실패했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잠시 중심을 잃는 바람에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던 잭슨의 탈락은 이변이었다.

그러나 미국 대표 선발전 여자 500m 1위를 차지한 보가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잭슨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시 보는 “잭슨은 누구보다 올림픽 500m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 선수다. 잭슨이 나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잭슨에게 500m 출전권을 양보해 1000m, 1500m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보는 이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결원이 생기면서 500m 출전권까지 얻었다.

보는 38초04를 기록해 16위에 자리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지만, 보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잭슨이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잭슨은 금메달을 딴 뒤 보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보는 경기 후 “내가 잭슨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잭슨이 정말 특별한 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잭슨은 세상에 자신이 왜 여기에 있어야하는지 보여줬다”고 감격했다.

그는 “우승 후보라는 전망이 선수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잭슨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잭슨의 금메달 획득을 예상했다.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지만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보는 잭슨의 우상이다.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였던 잭슨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7년 9월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했다.

만 20세이던 2008년까지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로 뛰었던 보는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택했고, 2010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뽐낸 보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나섰다. 평창 대회에서는 미국 여자 팀추월 멤버로 나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잭슨은 스피드스케이팅 전향 후 4개월 만에 나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2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보를 바라보며 성장을 거듭한 잭슨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획득 후 잭슨은 “보가 큰 희생을 해줬다. 보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금메달을 딴 후 보가 나를 안아줬고, 우리는 함께 울었다. 보가 나에게 자랑스럽다고 했고, 나는 계속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와 잭슨은 잭슨의 500m 금메달 획득이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랐다.

잭슨은 금메달 획득 후 “나의 금메달 획득이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소수인 흑인 선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보는 “잭슨은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다. 소년, 소녀들이 그녀를 우러러볼 것”이라며 “잭슨은 믿을 수 없이 훌륭한 사람이고, 선수”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