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도핑 논란에도 개인전 출전…‘기울어진 운동장’ 경쟁에 선수들 싸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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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발리예바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인근 피겨연습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2.2.13/뉴스1 © News1
카밀라 발리예바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인근 피겨연습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2.2.13/뉴스1 © News1
금지약물 복용 의혹도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금메달 행보를 막진 못했다. 선수들과 피겨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TA는 이 사실을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RUSADA가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항소하자 징계를 철회했다. ITA 등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CAS에 제소했다.


● 출전 허용 판결 뒤 4회전 점프 등 훈련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 화제를 몰고 다닌 발리예바는 11일부터 이날까지 논란에도 상관없다는 듯 공식 훈련을 계속했다. 14일 CAS 판결이 나온 뒤에도 30분 간 100여명의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4회전 점프를 선보였다. 때론 밝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훈련 뒤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들고 링크장을 떠났다.

발리예바의 코치인 예테리 투트베리제(48·러시아)는 “이번 일은 매우 복잡하고 논란이 많다. 질문은 많지만 답은 없다”며 “우리는 발리예바가 결백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외 매체들은 발리예바의 금지약물 복용에 코치 등 어른들의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본다.

CAS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는 것은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발리예바가 모든 도핑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발리예바가 16세 미만인 미성년자로 책임이 경미하고, 도핑 검사 결과가 늦게 통보된 점도 고려됐다.

발리예바는 15일 열리는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CAS는 개인전 출전만 결정했다. 단체전 금메달 (박탈) 문제는 나중에 결정된다. 올림픽 기간 중 해결되긴 쉽지 않다”며 “CAS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락했다고 해서 그가 도핑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또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도 도핑 위반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ROC의 단체전 금메달 시상 여부는 앞으로 4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선수들 불만
발리예바의 출전을 두고 선수들과 피겨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발리예바가 도핑 위반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김예림(19·수리고)는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발리예바의 출전 소식에 대해 “모든 선수가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이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그 동안 깨끗한 올림픽을 지향했던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노력을 무시한 행위라는 의견이 많다.

피겨 단체전에서 ROC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깨끗한 선수들이 평등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거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깨끗한 스포츠에 대한 체계적이고 만연한 무시의 또 다른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력만으로 볼 때 금메달이 유력한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도 ‘도핑 위반’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꿈은 이룰지 모르지만 ‘피겨 여왕’ 김연아처럼 존경과 전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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