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봅슬레이는 겨울올림픽에 익숙한 국가대표 선수들조차 오랫동안 정체를 알지 못했던 종목이다. 경기장도 없었을뿐더러 제대로 경기가 중계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태릉선수촌 트랙에서 거구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스타트 연습을 할 때면 육상 선수들의 반응은 이랬다. ‘쟤네 뭐 하는 거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봅슬레이가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보이고 올림픽 은메달(남자 4인승)이 나온 뒤에야 어느 정도 ‘알려진’ 스포츠가 됐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2인승에 나서 14위를 기록했던 김유란(30·강원도청·사진)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낯섦과 싸워야 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는 봅슬레이 2인승 대신 신설된 모노봅에 나섰기 때문이다.
모노봅은 여자 선수들의 메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새로 생긴 종목으로 기존 봅슬레이와 달리 파일럿 혼자 브레이크맨 없이 주행한다. 선수와 썰매의 무게 합이 248kg을 넘어서는 안 돼서 여자 2인승(330kg), 남자 2인승(390kg)보다 썰매가 훨씬 가볍다. 그렇다 보니 특히 직선주로에서 주행이 2인승에 비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파일럿의 주행 기술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 공식 훈련 성적이 20명 중 최하위였던 김유란은 훈련 성적 역순으로 나선 13일 모노봅 1, 2차 주행에서 가장 먼저 썰매에 올랐다. 모노봅의 올림픽 공식 경기 첫 주행의 역사를 연 것이다. 하지만 1차 주행에서 썰매가 트랙 벽을 박고 미끄러지며 기록 손해를 많이 봤다. 0.01초 차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 특성상 이미 1차 주행의 실수를 만회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김유란은 14일 3, 4차 주행 순위를 14, 13위까지 끌어올리는 뒷심을 보여주며 종합 18위로 한국 모노봅의 첫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