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거수경례 못해서 미안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이유빈(21·연세대)은 16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여자 1500m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를 차지하며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유빈은 이날 결승에서 2분18초825의 기록으로 6위를 차지해 아쉽게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게 됐다.
이유빈은 경기를 마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24·성남시청)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컸을 터.
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빈은 취재진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에 ‘고생 많으셨다’는 인터뷰어의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빈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에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죄송해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뒤로 돌아 눈물을 닦았다.
감정을 추스른 이유빈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렇게 올림픽을 잘 끝냈다는 거에 감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개인전을 뛸 수 있을지 없을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잘 준비하자’라는 생각만으로 혼자 스스로 진짜 열심히 준비를 했다”며 “그런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고 덧붙였다.
이유빈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눈가를 훔쳤다. 이유빈은 “일단은 같이 긴장하고, 같이 힘들었을 부모님께 제일 감사하다”며 “그 다음에 오빠, 거수경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오빠를 따라 쇼트트랙을 시작한 이유빈에게 오빠는 각별하다. 해군으로 복무 중인 오빠를 위해 월드컵 메달 세리머니로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유빈은 “가족이 마음 졸이면서 시합을 끝까지 응원해줬다. 팬 분들도 마찬가지”라며 “코칭스태프 분들도 너무 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이유빈은 ‘오빠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부탁에 뒤를 돌아 눈물을 닦은 뒤 “오빠, 군대에서 연락도 잘 못하는데 그 시간 나한테 써서 계속 힘내라고 해주고, 내가 최고라고 계속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유빈은 이어 “나만큼이나 1500m에 기대 많이 했을 텐데, 그만큼의 좋은 성적 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성장해서 다음 올림픽 때는, 직접 와서 봤을 때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 고맙다”고 전했다.
이유빈은 끝으로 “필승”이라는 말과 함께 오빠를 향해 거수경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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