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이라는 부담감을 이기고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반 ‘톱10’에 진입했다.
김예림(19·수리고)은 17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34.85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 67.78점을 합쳐 총점 202.63점으로 9위에 올랐다. 유영(18·수리고)은 142.75점을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 70.34점을 더해 총점 213.09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2명의 선수가 출전하기 시작한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두 선수 모두 10위 안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데 출전한 나라의 모든 선수들이 톱10에 진입하는 것은 러시아와 일본 등 피겨 강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만큼 피겨 선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고, 기량이 일정 이상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밴쿠버에서 금메달, 2014년 소치에서 은메달을 따낼 때도 동반 톱10 진입은 실패했다. 2018년 평창에서는 최다빈이 7위, 김하늘이 13위를 기록했다.
첫 출발부터 좋았다. 25명의 선수 가운데 17번째로 나선 김예림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에 맞춰 첫 점프인 트리플(3회전)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이후 이어진 더블 악셀(2회전 반)-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모든 점프들을 성공적으로 착지했다. 자신감이 붙은 김예림은 물흐르듯 모든 과제를 마친 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해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인 140.98점에는 모자라는 134.85점을 받았다. 자신이 목표한 ‘클린 연기’와 톱10이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20번째 선수로 나선 유영은 영화 ‘레미제라블’ 음악에 맞춰 자신의 필살기이자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에 도전했다. 결과는 깔끔한 착지.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잘 뛰고도 회전수가 부족하다며 더블 악셀 점프 판정을 받은 유영은 이날 위축될 법도 했지만 자신있게 뛰었다. 유영은 “판정을 인정한다”며 자신이 더 잘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푸르 콤비네이션 점프 등 모든 점프와 과제를 깨끗하게 수행하며 연기를 마쳤다. 그 동안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낮아 마음 고생이 심했던 유영은 연기 뒤 눈물을 흘리며 부담감에서 벗어난 표정이었다. 2020년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인 140.98점을 뛰어 넘는 기록이었다. 또 자신의 합계 기록인 209.91점마저 경신하며 최고의 첫 올림픽 무대를 장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탓으로 심사위원들의 채점이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로웠다. 그렇기에 두 명의 ‘피겨 요정’의 빙판 위 연기는 자신은 물론 피겨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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