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흐느끼며 빙판 밖으로 나갔다. 그를 지도하던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는 포옹 대신 발리예바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 올림픽 메달과 명예 모두 잃어버린 발리예바
발리예바는 ‘피겨 외계인’으로 불리며 이번 올림픽 금메달이 아주 유력했다. 하지만 도핑 논란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자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 보였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성공했지만 이어 뛴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와 쿼드러플 콤비네이션 점프 모두 착지에 실패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이후 흔들린 발리예바는 급하게 연기를 마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듯 동작들이 매끄럽지 못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가 연달아 실수를 하자 고개를 저었고, 어느새 천장만 바라보았다. 발리예바와 금메달을 다퉜던 러시아 출신이자 같은 투트베리제 코치 사단인 알렉산드라 투르소바와 안나 셰르바코바(이상 18)는 발리예바의 실수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141.93점이라는 자신의 최고점인 185.29점에 약 40점이 모자라는 점수를 받아들곤 눈물을 흘렸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82.16점)에 올랐지만 합계 224.09점으로 4위에 그쳤다. 발리예바가 메달을 만약 딴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메달 시상식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추후 메달 획득과 박탈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리예바의 추락에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32) 이후 점프는 물론 예술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예약해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메달은 물론 명예까지 모두 잃었다. 다음 올림픽에 나서 명예회복을 노릴 수도 있지만 투트베리제 코치 밑의 선수들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기도 전에 모두 사라진 것을 볼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 투트베리제 코치 향한 불만에 “피겨계 떠난다”
투트베리제 코치 사단에 내분도 일어났다. 은메달을 차지한 트루소바는 자신의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오열했다.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최종 순위 확인 뒤 투트베리제 코치를 밀쳐내며 “다시는 올림픽 따위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소리 질렀다. 이어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난 스케이팅이 싫다. 이 스포츠가 정말 싫다. 나는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것이다”며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할 수 없다”고 절규했다. 투트베리제 코치가 트루소바를 다독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고, 그 모습이 모두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모두 금메달이 있다는 트루소바의 말은 단체전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단체전에 못 나간 것이 불만이었던 트루소바는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폭발한 것이다. 트루소바는 시상식에서 빙둔둔 인형을 들 때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동작으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트루소바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러시아 취재진과 만나 “다시는 피겨계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 말했는데 진짜인가”라는 질문에 긴 한숨을 쉰 뒤 말했다. “다시 볼 것이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모르겠지만 올림픽에서는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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