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남녀 선수들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의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4·IHQ), 여자의 김보름(29·강원도청)이 19일 올림픽 매스스타트 남녀 경기에 나선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는 4년전 평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승훈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김보름은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17살의 정재원은 페이스메이커로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레이스 내내 후미 그룹 앞에 위치해 선두 그룹에 바짝 붙어 주는 역할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체력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선두 그룹과 경쟁을 해주면 에이스가 후미에서 체력을 아끼다 막판 추월을 노린다. 보통 2명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국가들은 이 전략을 주로 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정재원과 이승훈은 둘 다 ‘메인 셰프’로 나선다. 정재원은 4년 동안 체력, 기술적으로 성장해 매스스타트의 세계 강자가 됐다. 정재원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이 4위고, 이승훈은 5위다. 이번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정재원이 이승훈을 보조 셰프로 활용할 수 있다.
결선에 진출한다면 16명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스퍼트가 약한 선수들은 처음부터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려 치고 나가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요릿 베르흐스마(11위)가 대표적이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마지막 1~2바퀴를 남기고 추월로 승부를 거는 전략으로 나온다. 정재원은 “막판 스퍼트가 베이스다. 힘을 아끼다 마지막에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월드컵 랭킹 1위 바트 스윙스(벨기에)와 조이 맨티아(미국·8위)도 막판에 강한 스타일이다. 막판까지 선두권에 자리만 잡는다면 라스트 스퍼트가 폭발적인 정재원과 이승훈에게 승산이 있다. 둘은 월드컵에서 순위가 잘 나올 때 마지막 400m를 23초대 초반으로 끊었다. 허벅지가 터질 듯한 한계점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속도다. 마지막 코너 진입에서 가속을 세게 받는다면 금빛 질주일 가능성이 크다.
김보름에게 19일은 각별하다. 4년 전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진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전이 있었던 날이다. 김보름은 논란을 터트린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소송에서 16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17일 SNS에 “이제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김보름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8위다. 가장 좋은 성적은 6위였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막판 스퍼트에 강해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만화 ‘슬램덩크’ 서태웅의 명대사(몸이 기억하고 있다)처럼 승부사의 DNA가 제대로 폭발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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