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두 번째 도전 끝에 은메달을 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정재원(의정부시청)이 4년 전 2018 평창 대회에서 자신이 수행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정재원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 4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정재원은 2018 평창 대회에서도 매스스타트에 참가했으나 당시 선배 이승훈(IHQ)의 레이스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그는 경기 내내 두 번째 그룹의 선두에 서서 홀로 바람을 맞았다.
체력 소모가 큰 위치에 있던 정재원은 시간이 갈수록 지치며 속도가 줄어 들었고, 그 사이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이승훈이 치고 나가 금메달을 따냈다. 정재원의 성적은 16명 중 8위.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정재원은 레이스 초반부터 중위권에 자리 잡으며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스퍼트를 냈다. 이승훈이 인코스를 파고 들어 선두로 나가자 정재원도 곧바로 선배의 뒤에 따라 붙었다.
결승선 직전에 힘을 쏟아낸 정재원은 이승훈을 제쳤고, 벨기에의 바트 스윙스에 이어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로써 정재원은 두 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정재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승훈이 형을 이겼다고 더 좋은 건 절대 없다. 4년 전 페이스 메이커 작전을 수행하며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훈이 형이랑 함께 포디움에 올라서 더 의미 있는 메달”이라고 말했다.
정재원은 선배 이승훈의 존재에 대해 “월드컵 때부터 전설적인 선수 승훈이 형과 계속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더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며 “결승 전에도 먼저 나아가는 네덜란드 선수들 뒤에 붙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게 잘 먹혔다”고 웃었다.
정재원은 4년 전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번 대회 팀추월에선 4강조차 오르지 못했다.
정재원은 “팀추월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내가 팀에 도움을 많이 못 준 것 같아서 속상했다”면서 “그래도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 기쁘다”고 말했다.
만 21세에 불과한 정재원은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정재원은 4년 뒤 올림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 올림픽은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더 많은 종목에 출전하고 싶다. 무조건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는 없다. 하지만 메달을 따기 위해,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며 “팀추월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개인 종목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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