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로의 출전도 아깝다…‘추한 스포츠 강국’ 러시아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0일 09시 55분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2.17/뉴스1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2.17/뉴스1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총 31개의 메달(19일 기준)을 따냈다.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강국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박수는 사라졌다. 도핑 논란을 비롯한 각종 추태로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대 이슈는 새로운 피겨 여왕 등극을 꿈꿨던 카밀라 발리예바(ROC·16)의 도핑 논란이었다.

단체전을 치르고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둔 시점,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때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는 오락가락하는 행보 끝에 발리예바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반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고심 끝에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의 보호선수이며, 도핑 양성 반응 통보가 늦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CAS의 결정에 러시아는 오히려 당당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최고의 뉴스”라며 발리예바의 출전을 반겼다. 러시아의 한 국회의원은 내친김에 발리예바가 폐회식 기수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질타와 분노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2.17/뉴스1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참가해 라벨의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2.17/뉴스1
결국 발리예바는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러나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잇따라 넘어지는 실수가 발생했고 최종 4위로 올림픽 경기를 마쳤다. 발리예바는 고개를 숙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의 도핑 문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러시아는 2010년대 중반 국가 주도 하에 도핑 샘플을 조작한 혐의로 최근 올림픽에서 국가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러시아는 달라지지 않았고 또 다시 도핑으로 정정당당이 기본이 되어야할 올림픽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아예 몇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추락은 발리예바에 국한 된 것도 아니었다. 피겨 여자 싱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러시아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됐던 힘겨운 올림픽 무대를 마친 발리예바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니었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싸늘한 시선으로 “왜 더 싸우지 않았느냐”며 어린 제자를 강하게 질책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성적만 중요시하는 그들의 마인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장면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당시 장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ROC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도 시상식에서 추태를 보였다. 은메달에 그친 자신의 순위를 확인한 뒤 악을 쓰며 오열했고, 시상대에서 ‘손가락 욕설’ 논란까지 일으켰다. 올림픽 정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러시아는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합쳐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메달을 따낸 국가다. 러시아 선수들은 수많은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며 환하게 빛났다.

그러나 현재의 러시아는 전 세계 스포츠인들로부터 존경 받지 못할 나라가 됐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이를 뉘우치지 않으며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하는 추악한 모습이 ‘러시아 스포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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