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초 두 달간 네 차례 선발 기회를 얻어 3패만 쌓았다. 이후 중간 계투로 34경기, 선발로 1경기에 나서며 결국 평균자책점 6.31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구단은 이 투수에게 다시 선발 기회를 주기로 했다. 롯데 왼손 투수 김진욱(20)의 이야기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김진욱이 선발 투수에 맞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코치진과 함께 ‘하드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김진욱이 현재 주어진 과정을 잘 소화하고 있고 (선발 투수로)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튼 감독이 이런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스트라이크존 변화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존이 위아래로 야구공 1개에서 1.5개가량 늘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가 김진욱의 투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김진욱은 하이존에 들어간 속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 적이 많았다. 또 김진욱은 타점이 높은 상태에서 큰 낙차로 떨어지는 커브가 장점인데 이 공도 앞으로는 전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김진욱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단에서도 김진욱의 속구(지난해 최고 시속 149km·평균 구속 145km)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롯데 코치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진욱을 보며 “라이징(rising) 패스트볼이란 게 뭔지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이징 패스트볼은 실제로 떠오르는 공이 아니라 다른 투수가 던진 공보다 덜 떨어져 볼 끝이 떠오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공을 말한다.
김진욱 스스로도 자신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그는 “선발 투수로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 실점)를 많이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퀄리티스타트를 하다 보면 승수는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롯데가 안방인 사직구장 외야 담장을 뒤로 밀면서 투수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신한다는 것도 김진욱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김진욱의 2021시즌이 어둡게 보인 건 라이벌 이의리(20·KIA)의 활약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19경기를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수확한 이의리는 리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20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대회에서 모교 강릉고를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초고교급’ 왼손 투수로 평가받았던 김진욱이 데뷔 시즌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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