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프로야구 최하위 팀 한화가 스프링캠프에서 ‘희망가’가 아닌 진짜 볼거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2시즌까지 한화에서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5·토론토)이 10년 만에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MLB 진출 당시 류현진은 기자회견에서 “은퇴 전에는 친정 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합류는 복귀가 아닌 MLB의 직장폐쇄 때문이다. 사무국과 구단, 선수노조가 새 시즌을 앞두고 진행 중인 단체교섭(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이 좀처럼 진전이 보이지 않자 17일부터 예정됐던 MLB 스프링캠프도 무기한 연기됐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MLB 선수들은 구단 시설을 사용할 수 없기에 지난달 국내에서 장민재(32·한화) 등과 제주 서귀포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했던 류현진은 미국행 대신 친정팀에 협조를 구해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최근 수년 동안 육성기조로 구단을 운영해온 한화로서는 반가울 일이다. 팀 내 베테랑이 정우람(37) 외에는 없어 조언을 구할 멘토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유망주들은 ‘대선수’의 훈련법을 보고 익히고 공 던지는 모습을 선보이며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벤트성일지 모를 류현진과 한화의 동행은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AP통신은 22일 “MLB 사무국과 구단, 선수노조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모여 직장폐쇄 이후 가장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금전적인 문제 등 주요 논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한화 1차 캠프 막바지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던 류현진도 약 1주일 동안 치료를 받고 완치된 뒤 23일부터 대전에서 진행 중인 2차 캠프에 합류했다.
류현진의 체류 일정이 장기화되면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다음달 4, 5일 한화의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키움과의 연습경기가 예정됐는데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야시엘 푸이그(32)와의 재회도 가능하다. 2013년 류현진과 다저스에서 MLB에 데뷔한 푸이그는 6년 동안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으며 친분을 쌓아온 사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계약한 푸이그는 3일 입국 당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브라더의 나라에 왔다. 조만간 보길 기대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할 당시 한화에 2574만 달러(당시 한화 약280억 원)의 이적료를 안겼던 류현진은 10년이 지난 뒤에도 친정팀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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