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의 최재훈(33)은 23일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최하위(49승 12무 83패)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률 40%를 못 넘었다. 순위 경쟁을 하던 타 구단 팬들은 한화에게 지는 날 입버릇처럼 “고춧가루 부대에 당했다”고 말했다. 최재훈이 꺼낸 이 한 마디에는 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고자 하는 간절함이 녹아 있었다.
선수 개인의 새 시즌 각오를 묻는 질문에 팀을 생각하는 답변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재훈은 FA 시장이 열린 이튿날 5년 최대 54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시즌 1호 FA 계약이었다. 구단과 선수 사이의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재훈은 “구단이 나를 급하게 잡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에이전트 대표에게 ‘꼭 한화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두산에 있을 때 FA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단어였다. 힘든 시기에 한화가 나의 손을 잡아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재훈은 2017년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최재훈은 2020년 데뷔 후 첫 3할 타율(0.301)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개인 첫 4할대(0.405) 출루율과 한 시즌 최다 72볼넷을 작성했다. 특히 지난 시즌 가장 많은 도루를 저지(25번) 해내면서 강한 어깨와 수비 능력도 인정받았다.
물론 구단의 유일한 FA인 만큼 부담도 크다. 야구팬 사이에서 “계약금을 너무 많이 줬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어려웠다. 이때 힘을 준 게 팀 선배 정우람(37)이었다. 2016년 SK(현 SSG)에서 한화로 건너와 마무리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시즌 연이은 블론세이브를 겪으며 ‘먹튀’ 논란까지 일었다. 그는 최재훈에게 “FA 이후 부담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제부터는 팀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고 조언했다.
최재훈은 남은 야구 인생을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입과 우승에 헌신하려 한다. 우선 새 시즌에는 문동주(19), 박준영(19) 등 신인 투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4승 이상과 신인왕을, 김민우(27)를 비롯한 국내 선발 투수에게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안겨주고자 한다. 목표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아닌 확신이 담겨 있었다.
“지금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전과 달라진 걸 느껴요. ‘한화가 약하다’라는 이미지를 꼭 뒤집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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