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화 프로야구 한화 응원단장은 시즌 막바지가 되면 다른 팀 팬들에게 뭇매를 맞고는 했다.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위권 팀에 ‘고춧가루를 뿌리겠다’며 실제로 고춧가루를 들고 응원단상에 오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하위권이 더 익숙한 한화는 고춧가루 부대에 당한 적이 거의 없다는 뜻도 된다.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33)은 “올해는 다를 거다. 우리가 고춧가루 부대에 당하는 일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전과 달라진 걸 느낀다. 올해는 꼭 가을야구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최하위(49승 12무 83패)에 그친 만큼 여기저기 ‘구멍’이 적지 않다. 그러나 포수 자리를 걱정하는 한화 팬은 거의 없다. 2017년 최재훈이 두산에서 건너온 뒤부터 적지 않은 한화 팬이 “팀 역사상 공수 양면에서 가장 안정된 포수”라고 평가를 내렸다.
구단 평가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개장 다음 날(11월 27일) 곧바로 5년간 최대 54억 원에 최재훈을 잔류시켰다. 최재훈은 “두산에 있을 때 FA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단어였다. 힘든 시기 한화가 나의 손을 잡아준 덕분에 FA 자격 취득이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두산 시절 최재훈은 ‘수비는 좋은’ 포수로 통했다. 한화에서는 ‘공격도 좋은’ 포수가 됐다. 2020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0.301)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개인 첫 4할대 출루율(0.405)도 남겼다. 최재훈은 수비에서도 도루 저지는 물론이고 흔히 ‘미트질’이라고 부르는 프레이밍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최재훈은 호언장담을 현실로 바꾸는 데도 능하다. 그는 2018년 스프링캠프 때 “정우람(37) 선배를 구원왕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고, 정우람은 실제로 그해 35세이브(5승 3패)로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재훈은 “야구팬 사이에서 ‘FA 계약금(16억 원)을 너무 많이 줬다’는 얘기가 들릴 때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우람이 형이 ‘FA 이후 부담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팀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고 조언해 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최재훈의 목표는 문동주(19), 박준영(19) 등 신인 투수에게 신인상을, 김민우(27)를 비롯한 국내 선발진에는 두 자릿수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 말이 또 현실이 된다면 한화는 정말 고춧가루 부대에 당할까 걱정하는 팀이 되어 있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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