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 선출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2022년 시즌 개막전은, 총재의 ‘개막 선언’ 없이 펼쳐질 가능성이 생겼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22년도 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임 총재 선출을 논의했으나 최종 후보를 뽑지 못했다. KBO는 오는 11일 4차 이사회를 열어 이 안건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지택 전 총재가 지난달 8일 사임한 뒤 KBO 총재는 한 달 가까이 공석 상태다. KBO 규약 14조에는 총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4차 이사회에서도 차기 총재 적임자를 찾지 못한다면 이사회 의결로 총재 직무대행을 뽑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류대한 KBO 사무총장이 총재 직무대행을 맡을 공산이 크다. KBO의 총재 직무대행 체제는 2011년 명지학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영구 전 총재의 뒤를 이은 이용일 총재 직무대행 때가 유일하다.
10개 구단 대표이사는 3차 이사회에서 총재 후보를 자유롭게 추천한 뒤 총회에 올릴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KBO는 이사회에서 몇 명의 인사가 추천됐고, 이들에 대한 몇 표를 얻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각 구단의 추천 후보가 1명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각 구단이 추천한 인사가 거명됐지만, 누구도 이사회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KBO 정관상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총회에 추천될 수 있다. 이후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 찬성해야 최종 선출된다.
각 구단 대표이사가 구단주의 메시지를 전달 받고 이사회에 참석하는 만큼 총회에서 총재 후보를 반려할 가능성은 적다. 또 총회가 소집이 아닌 구단주의 서면결의 절차로 진행돼 선출 절차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정규리그는 4월2일 개막인데 4차 이사회에서 총재 후보를 선정해야 총재 없이 시즌을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KBO리그 공식 개막전에선 총재가 개막 선언을 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몇몇 총재가 임기를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한 적도 있으나 개막전에는 항상 총재가 있었다.
하지만 새 총재를 선출하기까지 과정이 험난하다. KBO와 10개 구단은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낙하산 인사, 밀실 합의 등을 피하고 투명하게 총재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라고 자부하던 프로야구는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2019년부터 관중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한 데다 지난해에는 일부 선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일탈 행위로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또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구단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고, 노메달에 그친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우물 안 개구리라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고 조정능력을 지녀 프로야구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총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
시간이 촉박하나 이사회에선 총재 부재를 우려해 역량이 부족한 인사를 조급하게 선출하진 않겠다는 분위기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난제를 해결할 능력 있는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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