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새로운 강자 기대감
제주 동계훈련 통해 올 시즌 3승 목표
스윙 교정과 체력 강화로 커진 자신감
“최경주, 박인비처럼 존경 받고 싶어”
“올해는 3승 해야죠.”
2022시즌 목표를 물었더니 구체적인 승수까지 밝혔다.
이소미(23·SBI저축은행)는 그럴 만도 했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루키 시즌에 우승은 없었어도 상위권 성적으로 마친 뒤 2020년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지난해만 2승을 올렸다. ‘늘 성장하는 해를 만든다’는 자신의 골프 철학에 따라 이번에는 눈높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3승 가운데 메이저 타이틀이 포함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각오.
● 역대급 강훈련으로 떨쳐낸 잘못된 습관
이소미는 최근까지 제주에서 두 달 넘게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가졌다. 무엇보다 시즌 내내 일관된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체력 강화에 집중했다. “지구력을 높이려고 러닝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병행했어요. 순발력, 근력을 키우고 유산소 운동도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했죠. 이제 시즌 전까지 체력훈련으로 딱딱해진 몸을 유연성 운동을 통해 부드럽게 만들 생각입니다. 선수 생활 오래하려면 부상이 없어야죠.”
고교 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한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진행한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소미는 스윙 교정에도 공을 들였다. 임팩트 후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려서 오른쪽으로 향할 때가 있던 구질을 바로 잡았고, 스윙도 한결 간결해졌다. 이소미는 “하루 일과를 마치면 피곤해서 더 이상 움직이기조차 싫을 정도로 힘든 스케줄이었다”며 웃었다. 제주 날씨가 바람, 눈 등이 심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오히려 악천후에 대처하는 요령을 터득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한연희 감독은 “이소미 프로가 이번 겨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잘못된 습관을 고쳤다.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됐으며 자신감을 심어준 만큼 지난해 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소미의 소속사인 지애드 관계자는 “이소미 프로는 성실의 대명사다. 훈련량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 “안정된 성적의 비결은 감정 컨트롤”
2021시즌 이소미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컷오프 1회, 기권 1회를 빼면 나머지 26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할 만큼 기복이 없었다. 상금 7억5840만1922 원을 받아 상금 랭킹 6위였다. 평균 타수는 70.84타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할 당시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 입회 동기들에 비해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젠 어엿한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폰서십을 맺은 업체만도 8개에 이르러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부를만하다. SBI저축은행이 메인스폰서이며 벤제프(의류), 캘러웨이(용품), 렉서스(차량), 광주CC(골프장) 등에 이어 새롭게 리쥬란(화장품), 커피스미스(음료)와도 계약을 마쳤다.
지난 시즌 거둔 눈부신 성과에 대해 그는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부분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감정 컨트롤이 힘들어진다. 그저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하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섰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퍼팅 연습 때 눈을 감으면 성공률 높아져”
이소미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2위(245.6야드)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이 77.2%(30위)에 이를 정도로 티샷이 안정적이다. 주말골퍼를 위한 장타 요령에 대해 그는 “너무 큰 스윙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적당한 백스윙 크기와 함께 공을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면 된다. 몸이 유연하면 아주 좋으니 연습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고 조언했다.
그린적중률도 11위(76.7%)에 오를 만큼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지녔으며 평균 퍼팅수는 27위(30.35개).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공이 퍼터 가운데에 정확히 맞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눈을 감고 퍼팅 연습을 하면서 퍼터를 몸으로 느끼면서 연습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짧은 퍼팅은 최대한 낮게 스트로크를 하고 리듬을 일정하게 해야 성공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장타에 탄도가 높아진 샷을 가진 이소미 프로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강점이다. 주니어 때 같은 퍼팅의 일관성만 겸비한다면 최고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시즌 개막전으로 다음달 7일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타이틀 방어와 함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전년도에 우승을 한 의미가 있는 대회라 욕심이 납니다. 남은 기간 쇼트게임 훈련을 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싶어요.”
● “골프는 인간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스포츠”
이소미는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52)와 인연으로 유명하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이소미는 최경주의 완도 화흥초등학교 후배다.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7세 때 골프에 입문한 ‘탱크 키즈’다. 이소미는 초등학교 시절인 2007년 모교를 찾은 최경주에게 그립 등에 대해 한 수 지도를 받기도 했다. 당시 최경주에게 “꿈은 크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최경주처럼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한 적도 있다.
이소미는 금호중앙여고에 다니던 2017년 국가대표 자격으로 2017년 SK텔레콤오픈 재능기부 프로암 ‘행복나눔’ 행사에 참가해 최경주를 다시 만나 필드 레슨을 받았다. 이 때 최경주는 “국가대표 선수가 된 후 성공하는 비율은 0.1%도 안 된다. 앞으로 자기관리, 훈련 등이 더 중요하다.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수양해야 한다”며 이소미를 격려했다.
이소미는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골프 여제’ 박인비와 처음 동반 라운드를 했다. 2021년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대단한 라운드였다고 말할 만큼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경기 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처음으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존경받은 선수가 될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범띠 골퍼 이소미는 팬들의 기억 속에 멋쟁이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 있고 이소미답게 플레이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인내심을 강조했다. 골프의 매력도 “인간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듯한 스포츠라는데 있다”고 평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괴로워하지 않고 배우려고 했다. 매번 찾아오는 어려움 속에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내용의 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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