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성덕’ 출신인 류선규 프로야구 SSG 단장은 프로야구에 남은 마지막 로맨티스트인지 모른다. 류 단장은 최고의 무대를 경험하고 온 최고의 스타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주면서 다시 팀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SSG는 최근 2년간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스에서 뛰었던 왼손 투수 김광현(34)과 4년 총액 151억 원(연봉 131억 원, 옵션 2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롯데 이대호, KIA 나성범이 나란히 기록하고 있던 최고 계약 총액(150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김광현은 연평균 연봉 32억7500만 원을 받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3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전날 SSG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김광현의 신분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국내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MLB가 단체교섭 결렬로 직장폐쇄에 돌입하면서 새 팀을 찾는 게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친정팀 SSG에서 훈련을 이어갔던 김광현은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김광현은 국내 무대에서 FA 재취득을 1년 남겨 놓고 MLB에 진출했다. SSG 전신 SK는 MLB행을 허락하는 대신 김광현을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었다. 국내 무대로 돌아올 때는 반드시 SSG로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임의탈퇴 처분이 자칫 ‘족쇄’가 될 수도 있었지만 SSG는 이를 역대 최대 계약이라는 선물로 바꿨다. SSG는 김광현이 쓰던 등번호 29번도 임시 결번으로 남겨놓고 있던 상태였다.
200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김광현은 2019시즌까지 통산 298경기 136승 77패 2홀드 1456탈삼진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가을 야구’ 무대서는 팀을 네 차례(2007, 2008, 2010,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김광현은 계약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외에 진출했을 때 팬들의 많은 성원과 응원, 격려에 ‘정말 나는 야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 감동을 돌려드릴 준비를 하려 한다. ‘정말 나는 야구, SSG, 김광현의 팬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최선의 준비, 노력,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SSG 구단은 “빅리그 출신 투·타 선수인 김광현, 추신수(40)와 함께 최고의 홈런 타자 최정(35)이 힘을 합쳐 ‘어메이징 랜더스’라는 구단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올 시즌 야구 흥행 바람이 구도 인천에 착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외국인 투수 폰트(32), 노바(35), 부상에서 복귀한 박종훈(31), 문승원(33)에 김광현까지 새로 합류하면서 SSG는 새 시즌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 로테이션을 보유하게 됐다.
한편 김광현의 국내 복귀에 아쉬움을 드러낸 미국 현지 반응도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만 2시즌을 보낸 김광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첫 시즌을 단축 시즌으로 치르면서 여러 차례 보직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통산 35경기 10승 7패 2세이브 104탈삼진 평균자책점 2.97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팬사이디드’의 로버트 머레이는 “김광현은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FA 투수다. 직장폐쇄가 길어졌고 KBO리그의 안정성과 친숙함이 그에게 위안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MLB.com에서 세인트루이스를 담당하는 제프 존스도 트위터를 통해 “순수히 야구적인 관점에서 김광현의 MLB 경험은 최근 2년간 내게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다. 그가 얼마나 MLB에 오고 싶어했는지, 그가 건강했을 때 정말 좋은 선수였는지를 생각하면 아쉽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9일 인천 강화군 SSG퓨처스필드에서 진행 중인 팀 훈련(2군)에 합류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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