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에서 2년간 활약한 ‘KK’ 김광현(34·SSG)의 KBO리그 복귀 소식에 허삼영 삼성 감독은 “착잡하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 같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허 감독의 소속팀 선수 중 “대선배와 맞대결이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이가 있다. 국가대표 투수 원태인(22)이다.
원태인에게 김광현은 ‘하늘같은 선배’다. 원태인이 데뷔한 2019시즌에 SK(현 SSG)의 12년차 투수였던 김광현은 MLB로 떠나기 전 KBO리그에서 마지막 공을 던졌다. 그해 원태인이 4승 8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하는 동안 김광현은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의 호투를 선보였다. 원태인은 당시 김광현을 “우리 팀 타자 전원을 압도했던 투수”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원태인이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착잡함’ 대신 ‘기대감’을 드러낸 건 그 사이 변화 때문이다. 원태인은 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MLB에서 성공한 대선배와 맞대결은 영광이겠지만 선발 투수로 마주치게 되면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2년 동안 원태인은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이상 2021시즌)을 기록하는 팀 에이스로 부상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원태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의 비결은 구속에 있었다. 별다른 웨이트 훈련을 해보지 않았던 원태인은 지난해 비시즌 당시 스¤ 무게를 180kg까지 올리는 등 근력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9시즌 시속 139.9km에 불과했던 속구 평균 구속이 2021시즌 144.4km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원태인의 ‘서드피치(Third Pitch·세 번째 구종)’ 슬라이더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시즌 원태인의 슬라이더 구사율은 17.0%다. 주로 속구(46.2%)와 체인지업(29.5%)을 던지는 원태인은 이따금씩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횡으로 꺾이는 일반적인 슬라이더와 달리 원태인의 슬라이더는 종과 횡 모두로 꺾여 예측이 어렵다. 원태인은 이번 시즌 이 슬라이더의 변화 폭을 넓이고 구속도 끌어올리며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아직 100%는 아니다”라는 슬라이더 기량을 충분히 끌어올린다면 그의 공언대로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도 해볼 만한 승부가 될 수 있다. 평소 꿈꿔왔던 ‘꾸준한 10승 이상 투수’란 목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원태인의 마음 속에는 지난 시즌 놓친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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