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사상 최초 야구인 출신 총재가 탄생한다. KBO는 11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71)을 제24대 KBO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 허 후보는 향후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이상의 찬성을 받을 경우 총재직을 맡게 된다. 지난달 사퇴한 정지택 전 총재(72)의 예정 임기였던 내년 12월 31일까지 총재직을 수행한다. 이사회 결과가 구단주 총회에서 뒤집히는 결과가 거의 없는 만큼 허 후보는 사실상 새 총재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KBO 총재는 정치인, 기업인의 전유물이었다. 역대 14명의 총재 중 10명은 정치인, 4명은 기업인이었다. 야구인 출신으로 처음 KBO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된 허 후보는 경남고, 고려대를 거쳐 실업팀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국가대표도 맡았다. 1970년대 말 해설위원 활동을 시작한 허 후보는 1985년 10월 당시 최연소 감독으로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듬해 31경기 8승 23패로 부진하며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1987년 롯데, 1990년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코치 등을 역임하기도 했던 허 후보는 이후 마이크를 든 채 현장을 누비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해설위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야구 인프라 확충을 늘 강조하며 팬들에게 ‘허프라(허구연+인프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허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각종 사건, 사고와 국제대회 성적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하면서 팬 심이 돌아서 있다. ‘팬 퍼스트’를 중심으로 경기력 향상, 경기시간 단축 등 구체적인 계획들을 밝혀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로 눈치 보지 않고 선수와 구단들을 위해 행동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 후보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1년 광고 수익이 180억 원 인데 LG와 두산에겐 연간 21억5000만 원씩 돌아가고 나머지는 서울시에 간다. 구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61)을 향한 당부도 전했다. 허 후보는 “얼마 전 한 대학 여자 신입생의 기초체력이 50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고 챔피언에 오르는 게 스포츠의 전부가 아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처럼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비단 프로야구를 넘어 프로스포츠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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