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슛돌이 타임’이 나올 수 있을까. 축구를 시작하면서 슛돌이라는 별명을 얻고 스페인에서 천재 테크니션으로 성장한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사진)의 입지가 소속팀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강인은 15일 2021∼2022시즌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 후반 33분 투입돼 15분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팀은 0-3으로 완패했다.
이강인은 최근 6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하며 동갑내기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모양새다. 14일 발표된 3월 한국 축구대표팀 명단에서도 빠졌다.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가전(0-3 패)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인 뒤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팀 구성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같은 2선 공격수, 미드필더 유럽파인 이동경(살케 04),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황인범(루빈 카잔)을 부상 등으로 제외시키면서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아닌 K리거로 그 공백을 메웠다.
소속팀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마요르카의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은 “이강인은 몇 분을 뛰든 더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1년 가까이 외면하는 이유도 결이 같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의 공존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며 실험 의지를 가졌다. 그러나 기민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벤투 감독의 요구에 못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기인 패스에 속도감을 싣지 못한 부분이나 수비 가담에서 엇박자가 났던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이강인으로선 유럽 이적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 추산 1000만 유로(약 136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시장 가치만 믿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몸값 자체도 2020년 말 2000만 유로(약 272억 원)를 찍었을 때보다 절반으로 깎였다. 현실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가려면 후반 뒤지고 있는 시점에서 투입돼 짧은 시간 안에 위협적인 유효 슈팅과 세트피스 등으로 흐름을 바꾸는 ‘특급 조커’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끈질긴 압박 프레싱도 쏟아낼 줄 알아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혹독한 ‘길들이기 밀당’으로 변화시킨 안정환의 상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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