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관중 경기를 치른다. A매치 관람에 갈증을 느끼던 많은 축구팬들에게 희소식이다. 게다가 상대는 ‘악연 중의 악연’ 이란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만명 관중 입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만약 성사된다면 코로나19 시대 이후 가장 많은 현장 관중들과 함께 하는 문화·스포츠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경기 입장권은 16일 오후 7시부터 ‘KFA PLAY’를 통해 판매한다.
조 1위 이란(승점 22)과 조 2위 한국(승점 20)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 자존심을 지기고 월드컵 본선 조추첨 때 포트3에 편성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절대 놓칠 수 없는 승부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관중으로 열린다는 점이다.
수도 서울에 위치한 대형 스타디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명실상부 한국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오랫동안 이 경기장에서 유관중 A매치를 열지 못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엔 국내 A매치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2차 예선 잔여 경기는 버블로 묶여 파주NFC와 가까운 고양 스타디움에서 치러졌다. 9월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했지만 무관중이었다.
이어 레바논전(수원월드컵경기장)과 시리아전(안산와~스타디움)도 모두 무관중으로 열렸고, 지난해 11월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 무렵엔 드디어 유관중 개최가 가능해졌으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공사에 들어가 개최할 수 없었다. 결국 UAE전도 서울이 아닌 고양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최종예선 들어 처음이자 코로나19 시대에 처음으로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유관중 A매치다.
그동안 직관에 목말라 있던 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특히 벤투호가 최근 매 경기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주면서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미 카타르행은 확정했지만 서울에서 최종예선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통해 직접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축구 팬들 반응이 많다. 이런 분위기 속, 축구협회는 내심 ‘6만 붉은 물결’을 기대하는 눈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것은 2019년 6월11일 이란과의 친선경기(6만213명. 1-1 무승부)가 마지막이었다. 같은 상대를 만나는 데다, 언급했듯 팬들의 관심과 갈증까지 최고조에 올라 있어 허황된 꿈은 아니다.
만약 이란전에 6만명 이상의 대관중이 운집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과 함께 하는 스포츠·문화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고양에서 열린 UAE와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3만152명의 관중이 몰렸고, 지난 13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막을 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회당 1만5000명의 관객이 찾았다. 6만명은 전례가 없다.
KFA 관계자는 “이란전에 많은 축구 팬들이 찾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최종예선인 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선수와 관중이 모두 안전하게 A매치를 치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경훈 KFA 전무이사는 “압도적인 응원 분위기에서 월드컵 진출을 자축했으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6만 관중의 열기로 가득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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