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높이뛰기 선수로 도약한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의 뒤에는 김도균 한국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의 지도가 있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우상혁은 김 코치를 만난 뒤 알을 깨트렸고, 한국 최고 기록을 경신하더니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우상혁은 22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우상혁은 지난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4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육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는데 우상혁은 그 공을 김 코치에게 돌렸다. 그는 “김도균 코치님만 믿었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우여곡절을 겪었다.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데다 개인 최고 기록도 2m30에서 정체됐다. 그러다 김 코치를 만난 뒤 눈을 떴다.
김 코치는 우상혁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우상혁은 지난해 6월29일 2m31을 기록, 4년 만에 자신의 최고 기록을 1㎝ 경신했다. 약 한 달 뒤 펼쳐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선 2m35까지 뛰어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수립, 4위까지 올랐다. 한국 육상의 역대 올림픽 트랙 및 필드 최고 성적이었다.
도쿄 올림픽 이후에도 우상혁의 기록은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2월6일 세계실내육상투어 체코 후스토페체 도약대회에선 2m36의 한국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한 달 후에는 한국 육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상혁은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김도균 코치님을 만나면서 안정을 찾았고, 한 단계 성장했다. 코치님의 역할이 80~90%였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코치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 가슴 속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여러 고민도 코치님께 말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우상혁의 탄탄한 기본기에서 크게 성장할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들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타고난 자질이 있는 데다 기초 훈련도 잘 돼 있던 상태였다”며 “다만 이런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기록이 정체돼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다듬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김 코치는 설득에 능하고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 그는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선수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거짓말도 자주 하는 편”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실제 훈련은 2~3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혁이와 함께 20시간 가까이 생활한다. 같이 있으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납득시키고 (현실 가능한) 목표를 (하나씩) 설정시킨다”며 “앞으로 큰 대회가 열리는데 지속적인 소통으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이날 귀국 인터뷰에서 “2m40을 넘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김 코치는 이에 대해 “큰 대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신체가 이를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상혁이가 도쿄 올림픽에서 성과를 낸 뒤 확신이 생긴 것 같다”며 “나도 상혁이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대단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며 “지금처럼 즐겁게 경기를 계속 뛴다면 2m38, 2m40은 물론 그 이상 기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