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안방서 난적 꺾고 조 1위
초반 상대 강한 압박에 고전하다 전반 47분 4명에 둘러싸인 손흥민
벼락 중거리포 GK 손 맞고 골…김영권 추가골로 통쾌한 2-0 완승
에이스는 역시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해주는 해결사다. 손흥민(30·토트넘)은 에이스였다. 이란을 기필코 꺾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입증하며 지긋지긋한 이란 징크스를 털어내는 데 앞장섰다.
한국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9차전에서 전반 47분 손흥민의 중거리포 결승골과 후반 18분 김영권(울산·사진)의 쐐기골로 2-0으로 이겼다.
한국이 이란을 이긴 것은 2011년 아시안컵 8강에서 1-0으로 이긴 뒤 11년 만이다. 특히 한국이 두 골 차로 이란을 이긴 것도 2005년 10월 친선경기에서 2-0으로 이긴 이래 17년 만이다.
한국은 7승 2무(승점 23)로 이란(7승 1무 1패·승점 22)을 밀어내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역대 전적은 10승 12무 13패가 됐다. 손흥민은 이날 골과 지난해 10월 이란과의 방문경기(1-1)에서 넣은 골로 2009년 이란과의 최종예선 안방경기와 방문경기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과 함께 이란전 연속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새로운 기록을 썼다. 2018년 8월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42차례 A매치에서 28승 10무 4패를 기록하며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승(27승 5무 7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붉은 물결로 경기장이 물들었다. 경기를 앞두고 6만3000여 석의 좌석이 모두 판매되면서 2019년 3월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이후 3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2001년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이후 역대 10번째 매진이기도 하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1위로 가장 높은 팀답게 집요하고 강했다. 경기 초반 강하게 전방 압박을 가하며 한국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유기적인 수비로 손흥민에게도 좀처럼 슈팅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란이 원하는 경기 흐름으로 전반이 끝날 무렵 손흥민이 순전히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경합 상황에서 공을 낚아챈 손흥민은 수비 4명에 둘러싸인 가운데 페널티 박스 밖에서 날린 오른발 중거리포가 상대 골키퍼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바꾼 분위기로 한결 부담을 덜어낸 한국은 측면과 중앙에서 주고받는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며 후반 시작부터 세차게 몰아쳤다. 후반 18분 문전 앞에서 이재성(마인츠)의 땅볼 크로스를 김영권이 밀어 넣으며 승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손흥민은 경기 뒤 “많은 팬들의 성원을 받아 잘할 수 있었다. 더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하는데 아쉽다”며 “항상 최종예선 준비하면서 이란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강한 팀인데 우리가 더 좋은 팀이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 10차전을 앞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도 꺾는다면 무패로 조 1위를 확정한다. 손흥민은 “아직 한 경기 남아 있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목표다”라며 “(박)지성이 형이 (주장으로서) 잘한 만큼 나도 대표팀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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