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구인 출신의 프로야구 수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인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게는 시작부터 ‘강정호(35) 복귀’라는 까다로운 과제가 눈앞에 놓여있다.
KBO는 25일 “서면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을 제24대 총재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야구인 출신 총재 시대가 시작됐다.
군부 독재 시절이던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동안 정치인, 관료 출신, 재계 인물 등이 총재를 맡아왔다. 타분야 출신 수장들이 리더를 맡았을 때의 장점도 분명 있지만, 아무래도 야구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그래서 허구연 총재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다.
허 신임 총재는 한국 야구의 산증인이다. 선수는 물론 코치, 감독, 해설위원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팀 코치를 지내기도 했고 KBO에서 각종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한 야구 인프라 확충과 저변 확대에도 발 벗고 앞장서 왔다.
야구계 역시 허 신임 총재를 환영했다. 총재 후보 추천이 이루어지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허 신임 총재에게는 프로야구가 팬들의 사랑을 되찾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중책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앞서 국내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강정호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KBO로부터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이라는 징계를 받은 강정호는 최근 키움과 계약하며 프로야구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원소속팀 키움은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KBO에 임의탈퇴 해지를 요청한 상황이다.
여론은 싸늘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고 ‘마지막 기회’라는 구단의 설명도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키움과 강정호의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KBO는 아직 임의탈퇴 해지 승인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공은 허 신임 총재에게 넘어왔다.
허 신임 총재는 처음부터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게 됐다. 강정호의 복귀를 허락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 그래도 프로야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음주운전을 3번이나 저지르는 등 죄질이 나쁜 강정호의 복귀를 허락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강정호의 복귀를 불허하는 것도 쉽지 않다.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그 절차를 거치며 복귀를 타진하는 것인데 이를 가로 막는 것도 애매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비어있던 KBO 총재에 새로운 주인이 들어선 만큼 강정호에 관한 판단도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허 신임 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야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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