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게 된 허구연 전 MBC 해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KBO는 25일 “총회(구단주 회의) 서면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허 전 위원을 총재로 선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그 동안 정치인과 기업인이 맡았던 KBO 총재를 맡게 된 야구인은 허 전 위원이 처음이다.
빈 스컬리(95)는 1950년부터 2016년까지 67년 동안 메이저리그(MLB) 브루클린·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경기를 중계한 방송인이고, 버드 셀리그(88)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MLB 커미셔너(총재)로 일하면서 1994년 파업으로 추락한 인기를 되살렸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허 신임 총재는 “해설위원으로 야구 인생을 마감하는 게 내 꿈이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시기에 총재 자리를 맡게 됐다”면서 “프로야구 인기가 하락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2022년이 한국 야구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구단과 선수들에게 ‘팬 퍼스트’를 강조하고 싶다. 선수들은 프로다운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많은 구성원이 ‘스피드 업’ 등 야구의 재미를 노력해야 한다. 팬 서비스도 선수와 구단의 중요한 임무다”라고 강조했다.
허 신임 총재는 해설위원 시절 누구보다 야구 인프라 확충에 앞장 섰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남해안 벨트’를 조성해 국내에서 ‘퓨처스리그(2군) 캠프’가 가능하게 하겠다. 남해안에 야구 훈련 시설을 갖추면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팀도 활용할 수 있다. 지방에 야구 붐이 일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계속해 “프로야구 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지방자치단체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총재인 내가 목소리를 높이겠다. 필요하다면 싸움도 불사할 생각이다. 지자체가 야구단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야구단을 압박만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해설을 시작한 허 신임 총재는 1986년 청보 감독을 맡은 뒤 마이크를 내려 놓았다가 1991년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그는 “새 시즌 중계 준비도 많이 했다. 그런데 갑자기 총재 제의를 받았고 결국 KBO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팬들에게 방송으로 인사를 드릴 기회도 없이 떠난다. 그 점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허 신임 총재는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동안에도 2005년 규칙위원장, 2007년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2009년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 2018년 총재 고문 등으로 KBO에서 활동했다.
허 신임 총재는 “긴 시간 중계를 하면서 한 번도 ‘퍼펙트한 해설’을 하지 못했다. 최선을 다해도 완벽하지는 못했다. 마이크를 내려 놓는 지금 아쉬운 장면이 더 많이 떠오른다. 총재 자리에서 야구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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