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시절부터 악연 지닌 日 아오키
“도망자” “왜 피하냐” 수차례 도발에 2년 만의 복귀전서 체급 낮춰 대결
경기초반 그래플링 기술 막으며 고전, 2R 화끈한 펀치 6000만원 보너스도
“‘섹시야마’(추성훈의 별명)라는 외침이 힘을 내게 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8세가 된 추성훈이 2년여 만의 복귀전에서 화끈한 KO승을 거뒀다. 추성훈은 26일 싱가포르 칼랑의 싱가포르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원챔피언십 ONE X대회 종합격투기 라이트급(77kg) 경기에서 아오키 신야(39·일본)를 상대로 2라운드 1분 50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적잖은 나이에 2년 넘게 경기를 안 치러 은퇴설까지 돌았지만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격투기 통산 전적 16승째다.
추성훈과 아오키는 오랫동안 ‘악연’이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두 선수가 K-1에서 활약하던 2008년 아오키는 추성훈과의 대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추성훈이 아오키보다 두 체급 높은 미들급에서 활약했기에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추성훈에게 ‘도망자’라고 비난한 아오키는 이후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추성훈에 대해 “그냥 싫다”고 하는가 하면, 지난해 경기장에서 추성훈과 마주친 뒤 “왜 피하냐”고 시비를 걸었다.
이번 대결은 직전 경기까지 웰터급(84kg)으로 뛴 추성훈이 체급을 한 단계 내려 성사됐다. 지천명에 가까운 노장의 감량이 불리할 거라는 전망도 많았다. 가뜩이나 힘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체중 감량 등 ‘변화’는 불리함을 더할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원챔피언십 라이트급에서 두 차례 챔피언을 차지한 아오키는 최근 4연승으로 다시 기세를 올렸다.
1라운드만 해도 아오키의 장기인 그래플링(엉켜 싸우기)에 고전을 면치 못한 추성훈은 2라운드에서 180도 달라졌다. 2라운드 30초가 지난 뒤 아오키가 추성훈의 왼 다리를 붙잡으며 시동을 걸었지만 한 다리로 균형을 잡은 추성훈은 아오키의 얼굴에 어퍼컷 등 주먹 공격을 수십 차례 적중시켜 주저앉혔다. 추성훈의 연이은 주먹세례에도 아오키가 방어하는 모습을 안 보이자 심판이 TKO를 선언했다. 두 팔을 번쩍 들며 포효한 추성훈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누워 몸부림을 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실력으로 악연을 떨친 추성훈은 KO 승리수당 5만 달러(약 6120만 원)까지 챙기는 겹경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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