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현 프로야구 KIA 배터리 코치(44)는 2011년 기아자동차 광고 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다. 아내가 손에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하자 당시 KIA 주전 포수였던 김 코치가 “조금 더 진하게 칠해야 돼”라고 말한다. 이어 ‘불사조’ 박철순(66)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세상에서 오직 야구만이 배려의 손 화장을 한다.”
그러나 이제 투수에게 사인이 잘 보이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손에 매니큐어 등을 바르는 포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서 사인 전달용 전자 기기 ‘피치컴(PitchCom)’을 정식 경기 때 사용해도 좋다고 6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피치컴은 포수가 왼쪽 손목 위에 부착하는 패드와 투수 및 야수용 이어폰이 한 세트다. 포수가 구종과 코스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이 내용을 암호화한 다음 “바깥쪽으로 빠지는 속구” 같은 음성으로 투수에게 전달한다. 야수도 최대 3명까지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어 수비 위치를 잡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센터 라인’이라고 부르는 2루수, 유격수, 중견수가 이어폰 주인이 될 확률이 높다.
MLB 사무국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이 기기를 시범 도입한 뒤 올해는 MLB 스프링캠프까지 시험 무대를 넓힌 상태였다. MLB 사무국은 이 전자 장비가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건 물론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투구 준비를 마치기 전에도 미리 사인을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재는 MLB 30개 팀 가운데 15개 팀만 이 기기를 쓰고 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구단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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