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
대회 최고기록 30초나 당긴 바이
우승-기록상금 합쳐 2억4000만원
에티오피아의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0)는 2022 서울마라톤 결승선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통과했다. 2시간4분43초로 1위. 대회 최고기록을 6년 만에 30초 앞당겼지만 바이는 숨 한번 헐떡이지 않았다.
바이의 평온한 숨소리는 수없이 흘린 땀방울의 결과였다. 바이는 “한국에 오기 전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인 아디스아바바에서 훈련했다. 해발 평균이 약 2500m 정도 되는데 여기서 1주일에 180km를 뛰었다”고 말했다. 평지에서 생활하는 스포츠 선수도 10초 이상 뛰면 숨이 가빠지는 고산지대에서 휴식일인 일요일을 빼고 6일 동안 매일 30km씩을 달린 셈이다.
혹독한 훈련으로 무장한 바이도 유서 깊은 서울마라톤의 긴장감을 떨치긴 쉽지 않았다. 바이는 “어제는 대회 때문에 걱정이 돼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오늘 오전 5시 알람을 못 듣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빵 한 조각만 먹고 와서 급하게 뛰었다”며 웃었다. 이날 대회 우승 상금(10만 달러)과 기록 상금(10만 달러)을 합쳐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를 받은 바이는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에 “일반 사람들처럼 쓰겠다”는 덤덤한 답이 돌아왔다.
바이는 18세 때 크로스컨트리 선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거리 달리기에 익숙해졌다. 도로에서 뛰는 게 좋아 5년 전 마라톤으로 완전히 전향했다는 바이는 조국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9) 같은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8년 10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사상 최초로 2시간 4분대의 벽을 허물고 2시간3분59초를 기록한 인물이다. 바이는 “게브르셀라시에의 업적을 함부로 흉내 낼 수는 없겠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그만큼 존경받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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