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후 3경기에 선발 출전해 18이닝을 3자책점으로 막았다. 탈삼진으로 돌려세운 타자만 18명이다. 그런데 20일 현재 받아든 성적표는 승리 없이 2패다. 2022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선발 중 개막 초반 불운의 아이콘이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이 투수의 이름은 양현종(34·KIA)이다.
시즌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텍사스로 진출했던 양현종은 그해 리그 9위에 머무른 친정팀으로 이번 시즌 돌아왔다. 2017년 KIA 통합우승에 앞장섰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복귀에 구단도 4년 총액 103억 원대 계약으로 예우했다. 정규시즌 복귀전이 개막전으로 낙점되면서 KIA 팬들의 기대는 더 커졌다.
첫 경기 성적은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자책점. 하지만 선발패를 떠안아야 했다. 야수 실책으로 4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팀 타선은 양현종을 패전에서 구해주지 못했다. 불운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4일까지 3경기 평균자책점 1.50으로 잘 틀어막은 양현종은 야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아직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무관’(無冠)의 불운으로 꼽자면 양현종과 평행이론급인 투수가 하나 더 있다. 리그 공동 9위 한화의 선발 카펜터(32)다. 6일 첫 선발 등판 이후로 12일, 17일까지 3경기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카펜터는 15이닝 동안 5자책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대 팀보다 더 잠잠했던 한화 타선의 부진 때문에 여태 승리 없이 1패만 얻었다.
물론 ‘누가 더 불운하냐’고 묻는다면 양현종의 승리(?)다. 카펜터의 한화는 시즌 팀 타율이 0.220으로 리그 9위다. 원체 최근 화력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1, 2실점만으로 패전을 떠안아도 수긍이 간다. 반면 양현종의 KIA는 팀 타율이 리그 5위(0.249)다. 득점권 타율을 살펴보면 리그 2위(0.267)까지 치솟는다. 잘 쳐주던 방망이가 양현종의 마운드에서만 유독 인색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 2일 득점을 올리지 못한 KIA는 이후 4경기 모두 득점을 올리며 3승(1패)을 올리다 그의 두 번째 등판일인 8일 SSG전에서 득점없이 0-3으로 패했다. 3경기 이후 다시 돌아온 14일 롯데전에서도 KIA 타선은 단 2점을 내는 데 그치며 2-3으로 무너졌다. 이날 양현종이 KBO리그 역대 최연소(34세 1개우얼 13일) 2000이닝 투구 기록을 세우고도 웃지 못한 이유다.
위안거리를 꼽자면 1,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선발 투수도 있다는 점이다. 팀 타율 최하위 NC(0.210·10위)의 선발 루친스키(34)는 3경기 동안 0.45의 리그 최고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1승 1패에 머무르고 있다. 평균자책점 1.80으로 잘 던지고 있는 삼성의 뷰캐넌(33)도 성적표는 1승 2패로 나쁘다. 혼자만 잘하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야구가 팀 스포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즌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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