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전설인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넘겠다던 손흥민(30·토트넘)의 당돌했던 약속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레스터시티와의 2021~2022시즌 EPL 35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로 나와 2골 1도움을 기록, 토트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22분 코너킥에서 정확한 크로스 단짝 해리 케인의 헤더 선제골을 도와 EPL 통산 최다 합작골을 41골로 늘린 손흥민은 후반 15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아 왼발 터닝슛으로 2-0을 만드는 추가골을 터트렸다.
이 골로 손흥민은 지난 시즌 자신과 1985~1986시즌 차 전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으로 작성한 한국 선수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17골을 넘어섰다.
손흥민은 기세를 몰아 후반 34분엔 또 한 번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슛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정규리그 18, 19호골에 성공한 손흥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7골·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돌리고 득점 단독 2위가 됐다. 선두인 모하메드 살라(22골·리버풀)와는 3골 차다.
손흥민은 유럽 프로 무대에 입성한 2010~2011시즌 이후 약 12년여 만에 차붐을 넘어섰다.
차범근을 롤 모델로 독일 무대에서 축구를 시작한 손흥민은 함부르크를 거쳐 차 전 감독의 친정팀인 레버쿠젠에 입성한 뒤 공공연히 차붐의 대기록을 갈아치우겠다고 밝혔었다.
차 전 감독도 이를 똑똑히 기억했다. 차 전 감독은 지난해 한 TV 토크쇼에 나와 “(손)흥민이가 ‘선배님, 제가 선배님 기록을 깨 보겠습니다’라고 귓속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움찔했지만, 흥민이가 정말 그래주길 바라고 있다”며 웃었다.
전설의 바람대로 손흥민은 조금씩 그 기록을 향해 달려갔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7골로 차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손흥민은 한 시즌 만에 2골을 더 경신하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섰다.
차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11월 손흥민이 유럽 1군 무대에서 개인 통산 123골을 작성해 자신의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 득점(121골)을 경신하자 “차범근을 넘어섰다는 건 의미가 없다. 내가 뛰었던 독일 분데스리가와 지금 흥민이가 뛰는 영국리그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해졌다. 한 마디로 (손흥민이) 훨씬 힘든 축구를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었다.
잔여 시즌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한 골만 더 추가하면 커리어 최초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EPL 20골 고지를 밟는다.
전대미문의 아시아 EPL 첫 득점왕도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이 남은 경기에서도 골 폭풍을 이어간다면 살라를 제치고 EPL 역사를 또 한 번 흔들 수 있다.
손흥민은 레스터전이 끝난 뒤 “항상 기회가 되면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 득점왕은 나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유럽 무대에서 골 행진은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벤투호에도 청신호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와 함께 H조에서 경쟁한다.
호날두, 에딘손 카바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골잡이들과 대결을 앞두고 손흥민이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면서 강팀과 맞대결에서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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