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바이런 넬슨 타이틀방어 성공… 2승 이상 6번째지만 2연패는 처음
부진 거듭돼 캐디-코치-퍼터 교체
4타 뒤진 4R 전반에만 버디 5개… 12번홀 이글 등으로 스피스 제쳐
랭킹 41위로 뛰어 한국선수 중 2위
“이 코스에만 오면 신이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게 잘 풀린다.”
이경훈(31·CJ대한통운·사진)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역전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PGA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기는 이경훈이 처음이다.
이경훈은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25언더파 263타의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3만8000달러(약 21억 원)를 거머쥐었다. PGA투어 80번째 출전이었던 지난해 5월 이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이경훈은 대회 2연패와 함께 투어 2승째를 올렸다. PGA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한국 선수는 최경주(52·8승), 김시우(29·3승), 양용은(50), 배상문(36), 임성재(24·이상 2승)에 이어 이경훈이 여섯 번째다. 이들 중 대회 2연패를 한 선수는 이경훈뿐이다.
AT&T 바이런 넬슨에서는 2019년 강성훈(35)에 이어 이경훈이 2연패 하면서 3회 연속 한국 선수가 정상에 올랐다. 2020년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1944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2연패 이상 달성한 선수는 샘 스니드(1957, 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0, 1971년), 톰 왓슨(1978∼1980년·이상 미국) 등 모두 4명이다.
이번 시즌 들어 이경훈은 이 대회 전까지 부진했다. PGA투어에 16번 나섰는데 톱10에는 한 번도 들지 못했고 컷 탈락을 4번이나 했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1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경훈은 캐디와 스윙코치를 바꿨다. 또 지난해 첫 우승 당시 썼던 일자형 퍼터 대신 전에 쓰던 투볼 퍼터를 다시 꺼냈다. 이경훈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간 톱10에 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곳(TPC 크레이그 랜치)에서는 좀 더 편안하고 자신감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고 이곳이 날 도와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7언더파로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는데 4라운드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9번홀(파5)까지 버디 5개를 낚아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12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보낸 뒤 두 번째 샷을 홀 1m 근처로 붙이며 이글에 성공했다. 두 번째 샷을 친 뒤 달려가 샷 궤적을 바라봤던 이경훈은 “앞에 나무도 있고, 바람도 불어 공이 정확히 어디 떨어지는지 보고 싶어 달려갔다”며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그 홀의 이글이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88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우승으로 47계단 상승한 41위가 됐다.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이경훈은 57위 김시우를 추월해 임성재(20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두 번째 높은 선수가 됐다. 이경훈은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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