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출산 앞두고 두산 매치 3연승 16강
비거리 줄고 체력 저하 핸디캡 극복
엄마 골퍼 위한 탁아 시설 도입 목소리 높아져
임산부 골프는 운동 효과 크고 심리적 안정
박주영(32·동부건설)은 22일까지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끝으로 선수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 지난해 12월 치과의사와 결혼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출산 휴가 계획까지 밝혔다. 9월 중순 출산 예정인 박주영은 남편의 오리 태몽에서 따온 ‘꽉꽉이’로 지었다.
● 2022시즌 7개 대회 개근
임신 6개월의 몸으로 필드에 나선 박주영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연승을 질주한 끝에 16강에 안착했다. 결혼 후 맞은 2022시즌 들어 그는 앞서 열린 6개 대회를 포함해 시즌 7개 대회에 개근했다. 8일 끝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톱10에 진입해 공동 6위로 마쳤다.
당초 다음달 5일 끝나는 롯데오픈까지 치르려 했던 박주영은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몸의 변화를 느껴 ‘휴가 신청’을 앞당기게 됐다. 배가 불러온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그는 “몸도 무겁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거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체력 비축을 위해 전반에 몰아치기로 승부를 빨리 끝내려는 전략도 세웠다.
박주영의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아직 초반인데도 242.8야드로 44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에는 246.5야드로 7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장타자로 유명했다.
● 골프 시스터즈에서 기혼자 프로골퍼 자매로
박주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언니 박희영(35·이수그룹)과 자매골퍼로 유명하다. 박희영은 2018년 조우종 아나운서의 동생과 결혼한 뒤 LPGA투어에서 계속 선수로 나서고 있다. 기혼자 자매 골퍼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더구나 두 선수 모두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 대표 출신인 박희영은 2004년 17세 나이로 KLPGA투어 하이트컵 정상에 올랐다. 2005년 KLPGA투어 신인왕을 거쳐 2008년 LPGA투어에 진출해 3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박주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10년 1부 투어에 데뷔한 뒤 줄곧 출전권을 지키고 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통산 256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31회에 4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상금 18억9000만 원(38위)이 넘는다.
박희영 주영 자매는 스포츠 가족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박형섭 씨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체조(링)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와 동아대 학장 등을 역임한 체육학계 원로로 싱글 골퍼였다.
● KLPGA투어 유일한 엄마 선수는 안선주
박주영은 출산 후 선수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엄마 프로는 안선주(35)가 유일하다. 지난해 쌍둥이를 출산한 안선주는 자신의 메인 무대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떠나 국내 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해외에서 20승 이상을 올려 KLPGA투어 영구시드 자격을 갖고 있는 그는 “출산 이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부담이 됐다.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골퍼의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LPGA투어 통산 7승, JLPGA투어 통산 28승을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인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려서 시즌 준비를 하기 힘들었다. 친정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신 덕분에 운동할 수 있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투어를 떠난 안시현과 홍진주는 대표적인 엄마 골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두 선수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엄마 선수의 존재감은 희미한 게 현실이다.
1998년 KLPGA투어 오필여자오픈에서는 박성자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우승했다. 박성자는 “당시 외환위기 때여서 한 달 생활비라도 벌려고 만삭임에도 출전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으면 스폰서 찾기가 힘든데 주변의 도움 없이는 투어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 부럽기만 한 LPGA투어 맘 골퍼 배려
LPGA투어에서는 엄마 골퍼의 활동의 두드러진다. LPGA투어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즌 출전 자격이 있는 엄마가 25명에 이른다. 캐트리오나 매슈는 2009년 둘째 딸 출산 후 11주 만에 불혹의 나이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슈퍼 맘’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스테이스 루이스, 미셸 위, 줄리 잉크스터 등도 대표적인 엄마 골퍼다. 자신의 통산 메이저 7승 가운데 4승을 출산 후 거둔 잉크스터는 두 딸을 뒀다. 잉크스터는 “출산 후 2년은 지나야 스윙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한희원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손혁과 결혼한 뒤 임신 4개월의 몸으로 LPGA투어 SBS오픈에서 톱10에 들었다. 아들을 낳은 뒤 투어에 복귀하며 LPGA에서 뛰는 한국 선수 엄마골퍼 1호가 됐다. 한희원은 “내가 우리나라 선수 중 아이가 있는 첫 케이스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골프와 집안일을 모두 잘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LPGA투어를 거친 한국 엄마 선수는 한희원을 비롯해 김미현, 장정, 서희경 등이 있었다. 허미정은 올해 출산 후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LPGA투어에서는 엄마 선수를 위한 탁아 시설과 보모 서비스 등이 대회 때마다 잘 갖춰져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PGA투어는 1993년부터 대회 기간에 무료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브리트니 린시컴은 후원사인 CME와 다이아몬드 리조트가 출산과 육아로 쉬어도 후원금을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 임산부 골퍼는 12잔 이상 물을 마셔야
골프는 임산부에게 운동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체중 증가와 임신성 당뇨병의 가능성도 줄여준다는 게 전문의 설명이다. 기분 전환과 감정 기복을 다스리는 야외활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운동이 그렇듯 임신 초기에는 주의를 해야 한다. 티오프 전 스트레칭도 필수다.
미국임신협회에 따르면 조산, 유산 등은 탈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임산부는 하루에 8~12잔의 물을 마시라고 권장한다. 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이 보다 더 많은 수분 섭취량이 요구된다. 무리해서 걷기 보다는 적절하게 카트를 타는 게 좋다.
‘골프여제’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임신 8개월 때까지 골프를 쳤다. 박인비가 지닌 타고난 퍼팅 감각은 모태 골프의 영향인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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