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농구…오랜 동반자 관계
냉정한 프로 무대에 드문 사례
채리티오픈 박찬호 윤석민 등 동참
올 연말 계약 연장 유력한 탱크
‘탱크’ 최경주(52)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통산 16승을 올렸다. 이 가운데 3승을 SK텔레콤오픈에서 거뒀다. 2003, 2005, 2008년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1990년 이후 단일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2011년 SK텔레콤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3차례 우승 경력과 서브스폰서 기간까지 합하면 최경주와 SK텔레콤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된다. 남다른 동반자 관계라는 게 골프계 중론이다.
●후배들과 뜻깊은 선행 실천
최경주는 6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다. 개막에 앞서 6월 1일 개최되는 자선 대회인 ‘SK텔레콤 채리티 오픈’에도 나선다. 이 대회는 최경주를 비롯해 야구 스타 박찬호 윤석민, 여자골프 스타 박지은, 김하늘, 이보미, 남자 골프 간판 박상현, 김한별 등 8명에 참가한다. 선수들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맞붙는데 대회 상금은 출전 선수의 이름으로 전액 SK텔레콤 오픈에서 진행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대회에는 31명의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진행요원, 스코어 기록 요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2009년 나이키와 결별 후 한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던 최경주는 SK텔레콤과 사인을 한 뒤 그해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직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해 화려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4년 3년 재계약을 하며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안정적 지원 속에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지난해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도 세웠다.
●남자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
최경주는 과거 글로벌 불황여파로 SK텔레콤오픈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초청료를 받지 않으며 대회 성사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대회 기간 아마추어 주니어 골퍼 대상 재능기부나 팬 미팅 행사 등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최경주는 “선수와 스폰서는 한 배를 탄 존재다.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져버릴 수 없다. 의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올 연말 SK텔레콤과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재연장 가능성이 높다. 50대에 메인 무대에서 물러나 있지만 한국 골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과 상징성은 여전해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최경주가 슬럼프 조짐을 보이며 주춤할 때도 묵묵히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왔다.
KPGA에 따르면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SK텔레콤오픈은 KPGA 순수 주관 대회로는 최고 역사를 지녔다.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 매경오픈 등은 대한골프협회가 오랜 기간 주관을 했다. 4반세기 동안 남자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경주를 비롯해 박노석, 박남신, 최광수, 배상문, 최진호, 박상현, 함정우 등 우승자 면면도 화려하다.
● 농구 인생 위기에서 만난 인연
이번 시즌 프로농구 SK를 통합 챔피언으로 이끈 전희철 감독(49)은 20년 전 이맘 때 처음으로 농구 인생 위기를 맞았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6년 동양(현 오리온)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에는 동양의 우승을 이끌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승 직후 샐러리캡 문제로 구단의 이적 대상에 이름을 올리더니 결국 그해 6월 동양은 전희철을 KCC에 내주는 대신 이현준, 현금 6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동양은 김승현 김병철을 잡기 위해 고액 연봉 선수인 전희철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KCC 이적 후 마음고생에 시달린 전희철은 1년 반인 2003년 12월 SK로 둥지를 옮겼다. KCC가 전희철, 홍사붕을 내주고 SK 조성원, 강준구를 데려가는 2대2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 그렇게 시작된 SK와 전희철의 인연이 20년 가까이 흐를 줄 누가 알았을까.
●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도약
전희철은 2006~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당시 SK는 전희철의 분신과도 같은 등번호 ‘13번’의 영구결번까지 해줬다. SK에서 뛴 기간은 4시즌에 불과했지만 한국 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희철을 향한 최고의 예우였다. 전희철은 “처음에는 영구 결번을 사양했다. 주위에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구단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 준 덕분에 감사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은퇴 후 SK 2군 감독을 맡다가 운영팀장으로 낯선 프런트 업무에 나서기도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의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주위에서 딴 일 알아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다른 팀 지도자 영입 제의까지 있었지만 참고 버텼다.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보람도 있었습니다. 나를 믿고 일을 맡긴 구단의 기대도 저버릴 수 없었죠.”
2011년 수석 코치를 맡아 10년 동안 문경은 감독을 보좌하며 2018년 우승을 도왔다.
● 믿음과 후원에 성적으로 화답
지난해 문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전희철은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뒤 눈물을 쏟았다. 시즌 내내 SK 홈 코트인 잠실학생체육관에 는 전희철을 기념하는 대형 13번 유니폼이 내걸린다. 그는 “이제 비로소 영구결번 값을 한 것 같다. 나처럼 오랫동안 한 팀에 몸담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행운도 따랐다”며 웃었다.
흔히 프로 지도자는 파리 목숨에 비유된다. 감독이 교체될 경우 코치도 그대로 옷을 벗는 경우도 허다하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SK텔레콤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건 이례적이다. 구단이나 전희철의 짝사랑만으로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구단은 성적에 조급해 하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보냈다. 전희철은 몇 차례 시련을 통해 과거 스타의식을 버리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탄탄한 자신만의 필승 전술을 마련해 나갔다.
프로골퍼, 농구 감독은 기업(구단)과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존재다. 최경주와 전희철. 종목은 달라도 오랜 세월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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