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의 장현식(27)은 지난해 구단을 대표하는 불펜 투수였다. 리그 9위로 부진했던 KIA가 1, 2점의 근소한 점수 차에도 믿고 마운드를 맡길 수 있는 중간계투였다. 지난해 장현식의 득점권 상황 피안타율은 0.186. 2013년 데뷔한 장현식은 통산 첫 3점대 평균자책점(3.29)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구단 최초의 홀드왕(34홀드)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번 시즌 들어 중심을 잃은 모습이다. 개막 후 두 달 새 5번이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팀 블론세이브(8개)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가 7차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상반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나치게 많은 블론세이브다. 특히 4월 29일과 30일 열린 삼성과 맞대결에서는 모두 2점 앞선 8회에 등판했지만 연달아 세이브 요건을 날려 팀이 4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다른 투구 지표도 하락세다. 지난해 장현식이 압도적인 기록을 보였던 홀드는 이번 시즌 공동 4위(9회)에 머물며 이 부문 선두인 키움의 김재웅(14회)뿐 아니라 LG의 정우영(11회) 등에게 밀리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지난해보다 2점가량 높은 5점대(5.11)로 치솟았다.
구단 코치진은 장현식이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장현식의) 구위에 힘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구위는 좋은데 공의 코스들이 한 가운데로 몰린다. 속구도 그렇고 변화구도 마찬가지”라고 다.
제구력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체력 문제가 꼽힌다. 투수 출신 권혁 SPOTV 해설위원은 “장현식이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게 지금 체력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불펜이 나서는 경기 후반에는 타선 집중도도 높다. 실투를 줄이지 못한다면 계속 안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장현식은 데뷔 이래 두 번째로 많은 7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134와 3분의 1이닝을 던졌던 2017시즌에는 선발 등판(22회)이 구원 등판(9회)보다 많았기 때문에 매 경기 연달아 등판을 준비해야 했던 지난해 체력 소모가 심했을 수밖에 없다.
‘믿을 맨’ 투수가 ‘불안 맨’으로 바뀐 건 장현식뿐만이 아니다. 두산의 마무리 김강률(34)은 개막 한 달 사이 구위가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에는 8세이브에 구원승도 3번 곁들이며 14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김강률은 5월에 맡은 4이닝에만 6실점을 허용하며 한 달 사이 3패(1세이브)를 쌓았다.
디펜딩 챔피언 KT가 신뢰했던 마무리 김재윤(32)도 올해 들어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42로 잘 던졌던 김재윤이 이번 시즌에는 4점대 평균자책점(4.18)으로 고전 중이다. 블론세이브 역시 2번을 기록했다. 권 위원은 “물론 시즌 내내 잘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불펜 투수라면 앞으로 기복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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