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언더 271타… 2위와 4타차 승리, 작년 에비앙대회 이어 메이저 2승
우승상금 22억5000만원 거머쥐며 투어 총상금 1000만 달러도 돌파
최혜진-고진영은 나란히 3-4위에
호주교포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대회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인 이민지는 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파인스 파인니들 스로지 앤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2위 미나 하리가에(33·미국)를 4타 차로 제쳤다. 지난해 7월 에비앙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8승째다.
이민지가 기록한 271타는 US여자오픈 출범 이듬해인 1947년부터 스트로크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진 이후 최저타 기록이다. 첫해인 1946년 대회는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종전 기록은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52·스웨덴), 1999년 줄리 잉크스터(62·미국), 2015년 전인지(28)가 작성한 272타다.
여자골프 단일대회 역대 최다 우승상금인 180만 달러(약 22억5000만 원)를 거머쥔 이민지는 단숨에 시즌 상금 1위(262만5849달러·약 32억8800만 원)로 도약했다. 총상금도 1102만9057달러(약 138억 원)로 1000만 달러를 넘겼다. 이번 시즌 이민지는 지난달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우승을 비롯해 시즌 2승에 톱3에 4차례 들었고, 9개 출전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했다.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자를 가리는 CME글로브 포인트(약 1851점)와 평균 타수(68.75타), 올해의 선수(111점) 부문에서 모두 1위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민지는 이날 1번홀(파5), 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따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하리가에가 15번홀(파5)에서 이날 자신의 첫 버디를 따내기 전까지 한때 6타를 앞서기도 했다. 이민지는 대회 뒤 “어려서부터 항상 원했던 US여자오픈 우승을 이뤄 매우 놀랍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96년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수영 선수로 스포츠에 입문했다가 10세 때 골프채를 잡았다. 이민지는 골프 가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머니 이성민 씨(54)는 한국에서 프로 골퍼 지망생이었고,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아버지 이수남 씨(54)는 호주의 한 골프장 클럽 챔피언을 하기도 했다. 남동생 이민우(24)는 골프 선수로 활동 중인데 DP월드투어(옛 유러피안투어)에서 통산 2승을 따냈다. 이민지는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김치찌개, 보쌈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이민지는 경기 중 감정 기복이 작은 편이며 과감하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어머니 이 씨는 평소 이민지를 두고 “아무리 성적이 나쁘다고 해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지난해 도쿄 올림픽 호주 대표로 출전했던 이민지는 이번 우승으로 호주 골프 역사에도 흔적을 남겼다. 1983년 잰 스티븐슨(71), 2000년과 2001년 캐리 웹(48)에 이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호주 선수가 됐다. 웹은 일찌감치 이민지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이번 우승이 호주 여성 스포츠에 주는 의미에 대해 이민지는 “많은 소녀, 심지어 소년들이 스포츠에 더 많이 참여하고 내가 그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혜진(23)은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3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은 6언더파 278타로 4위를 했다. 고진영은 상금 48만225달러를 추가해 총상금 1010만5232달러(약 126억5000만 원)가 됐다. 2020년 이 대회에서 김아림(27)이 정상에 오른 이후로 한국 여자 골프는 최근 7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자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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